올해 상반기부터 급증세를 보이던 저축은행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하반기에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금리 상승과 미분양 증가 영향 등으로 올해 3분기 말 연체율이 1년 만에 3배 가량 뛰어오르는 등 관련 업권의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한때 5~6%에 불과하던 PF 대출금리가 2배가량 치솟은 뒤 해당 금리대가 유지돼 내년 저축은행권의 부동산 금융 부실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저축은행 자산 기준 상위 5개사(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의 3분기 경영공시에 따르면, 이들 5개사의 9월 말 부동산 PF 연체율은 6.92%로 전년 동기(2.4%) 대비 4.5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5개사의 부동산 PF 연체액은 173억원에서 576억원으로 증가했다.
PF대출은 부동산을 지을 때 건설 프로젝트를 담보로 대출해 주는 것을 말한다. PF대출은 본PF대출과 브리지론(2금융권 단기차입금) 방식이 존재하는데, 저축은행권은 본PF로 가기 위한 초기 자금인 브리지론의 비중이 많다. 때문에 6개월에서 1년 만기의 고금리로 대출이 진행, 고수익·고리스크의 성격을 띤다.
저축은행권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 상승과 경기침체에 따른 미분양 증가로 관련 연체율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 앞서 이들의 상반기 말 기준 평균 부동산 PF 연체율도 전년 동기(1.26%) 대비 2.70%포인트 상승한 3.96%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부동산 PF 연체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OK저축은행으로 8.35%까지 치솟았다.
저축은행권은 일단 부동산 관련 대출이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연체 증가 등에 따른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조6908억원으로 지난 6월(1조9310억원)보다 7598억원 증가했다.
다만 금융권은 글로벌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기침체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내년 저축은행권의 부실 위험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융감독원 역시 지난달 '은행·중소서민부문 주요 현안 기자설명회'를 열고, 연체채권 관리 실태 등에 대해 저축은행권을 현장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2년 전 5~6%에 불과하던 PF대출금리가 코로나를 겪으며 2배가량 급등, 연체율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저축은행권이 충당금을 늘리고는 있지만, 이익을 떼 마련해야 하는 만큼 내년 한계치에 다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