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이 4일 윤석열 정부 두 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됐다. 최 후보자는 거시경제·금융 정책을 두루 섭렵한 정통 경제 관료로 꼽힌다.
다만 그가 맞닥뜨려야 할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고물가·고금리로 신음하는 민생에 희망을 전해야 하고 저성장 늪으로 빠져 드는 한국 경제의 활로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예산 시즌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수장 교체로 어수선해진 조직 분위기를 다잡는 게 첫 과제가 될 전망이다.
최 후보자는 정·재계 곳곳에 포진한 '파워그룹' 서울대 법대 82학번 일원이다. 수석 입학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조해진‧박수영‧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모두 동기다. 서울대 법대 79학번인 윤석열 대통령 직계 후배지만 직접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후보자는 자타 공인 경제·금융 정책통이다. 2006년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시절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에 기여했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도 대응 체계 수립에 힘을 보탰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무관 시절 외국환거래법 초안을 만든 인물"이라며 "과장 시절에는 자본시장법을 마련한 에이스"라고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과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경제정책국장을 거쳤고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기재부 제1차관을 역임했다.
2016년 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후임 금융위원장 물망에도 올랐지만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정국이 혼란해지면서 불가피하게 공직을 떠나야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실상 야인 생활을 했다.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뒤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를 맡았고 이후 5월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발탁됐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수석으로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도 국내외 리스크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게 중론이다.
경제수석이 대통령에게 조언을 건네는 참모 역할이라면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한국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고 실질적으로 집행해 나가는 사령탑이다.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가 2%대 초반으로 예상되는 등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할 조짐이어서 해법 마련이 절실하다.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돌파하는 등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재정 건전성 개선도 숙제다. 최 후보자는 추경호 부총리 역점 사업이었던 재정준칙 법제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후보자는 이날 인선이 발표된 뒤 "대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기재부 장관에 지명돼 '임중도원(任重道遠)'의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국회 청문회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중도원은 맡은 바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아직도 멀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