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발행된 전체 ELS 규모는 35조6000억원으로 집계된다. 현재 당시 2월 기록한 고점(2월 17일 종가 1만2228.63) 대비 50% 이상 하락한 상황에서 3년 만기 시점인 내년 상반기 내에 지수가 전향적으로 반등하지 않는 이상 35조원 넘는 위험 회피 목적 운용 자산 물량이 ELS 청산에 따라 쏟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채권시장도 홍콩 H지수 향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ELS 제조사인 증권사들이 모집 자금 중 3분의 2를 채권에 재투자해 운용 수익을 약속된 이자율에 비례해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상반기 말 기준 ELS를 포함한 파생결합증권 운용자산 평가액은 89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77.6%에 달하는 69조2000억원이 채권시장으로 유입됐다. 대출채권이나 수익증권에 재투자한 규모는 9조6000억원(10.8%)으로 그 뒤를 이었고 예금·예치금이 5조8000억원(6.5%) 정도다.
특히 증권사들은 이렇게 사들인 채권을 담보로 투자자들에게 환매조건부채권(RP)을 팔아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수익률 극대화 차원에서 더 높은 수익을 주는 채권시장이나 선물옵션 매수에 재투자한다.
따라서 RP 매도 규모가 늘면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인 차입부채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재작년 ELS를 가장 많이 발행한 10개 증권사(KB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신영증권, NH투자증권, 교보증권) 전체 차입부채 대비 RP 매도 규모 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34% 수준이다.
즉, 국내 채권시장의 가장 큰 수요처 중 하나가 바로 증권사들의 파생결합증권 위험 회피 목적 운용자산, 다시 말해 ELS 투자자들의 투자금인 셈이다. 따라서 당시 투자된 자금이 만기 시점에 상환되지 못하고 청산되면 채권시장은 물량 출회 리스크도 커지게 된다.
2016년에도 홍콩 H지수가 급락하며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다. 2015년 5월 1만4801.94로 최고점을 찍었던 H지수는 2016년 ELS 손실 구간인 7505.37까지 폭락했다. 당시에도 지수 폭락 후 회복을 못하자 채권시장의 불안이 확대되면서 3년, 5년 물 금리가 각각 폭등, 같은해 하반기 말 연중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따라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H지수 손실 확정 여부에 따라 관련 시장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지수가 전향적으로 반등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비책이 없어 금융시장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파생결합상품 기초지수가 손실 기준점 이하로 크게 하락하면 채권, 주식, 파생상품 등으로 보유한 위험 회피 자산이 대규모로 시장에 출회돼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며 "대규모로 보유한 현·선물 일시 매도로 인해 기초지수 또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