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정점을 찍었다는 예상과 경기 회복세가 더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내 물가가 목표치인 2%대로 다가서는 시점을 이르면 내년 말께로 내다보며 "긴축 기조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총재는 30일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3.5%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6명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향후 3개월간 추가 긴축 여부를 놓고 참석자 간에 의견이 엇갈렸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여섯 분 중 네 분이 물가 경로와 국제 정세 불확실성을 근거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며 "나머지 두 분은 물가와 성장, 금융 안정성을 고려할 때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시각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등 주요국 통화 긴축이 사실상 막바지에 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는 "시장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국제결제은행(BIS) 회의 등에서 중앙은행 총재들을 만나 대화해 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물가가 목표치인 2.0%로 수렴하는 시점도 우리나라보다 늦은 2025년 중반 이후로 예상했다.
한편 이날 한은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1%로 낮추면서 저성장 우려는 더 짙어졌다. 한은은 국제 정세 시나리오별 성장률 분석을 진행한 결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2차 파급효과 확대가 현실화하면 내년 연간 성장률이 1.9%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물가 상승률 역시 전망치를 웃도는 2.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국내 수출과 투자 회복세가 강해지면 성장률이 2.3%로 소폭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이 총재는 "2% 성장도 낮은 성장률이 아닌데 현 단계에서 금리 인하와 같은 부양책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섣부른 부양책은 오히려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성장률 문제는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재정·통화정책으로 접근할 사안은 아니라는 기존 견해를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