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가족 코로나 지원금 반환 나선 정부...세수 펑크 개인에게 돌리나

2023-11-2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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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최근 지역 주민들에게 공문 돌려 지원금 반환 추진..."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른 것"

고양시에 이어 인천 부평구도 환수 나서..."지원금 줘놓고 경제 어려우니 반환하라는 것"

소상공인 회수 면제와 형평성 맞지 않다는 지적...전문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배려 있어야"

코로나19 지원금을 반환하라는 문자 사진제보자 제공
코로나19 지원금을 반환하라는 문자 [사진=제보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소상공인에게 지급됐던 재난지원금 환수를 면제한 정부가 최근엔 국민 개인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 환수에 나섰다. 특히 일가족에게 지급한 지원금에 비경제구성원 몫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액 환수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는데, 일각에선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꾸고자 화살을 개인에게 돌린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조모씨는 지난해 1월 말 가족 전체가 코로나19에 걸려 관할 지자체로부터 지난해 4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약 140여만원을 받았으나 최근 반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조씨는 담당 공무원이 무급휴가에만 지원금이 지급됐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회사가 유급휴가 처리를 한 게 뒤늦게 확인돼 행정 착오가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조씨는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지원금 안내를 받고, 양식에 맞게 관련서류를 제출하고 심사 끝에 지원 대상이 된다고 해 두 달 뒤 수령을 받았다”며 “그런데 1년 반이나 지나 목돈을 토해내라니 어이가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조씨는 “비경제구성원인 미성년자 초등학생 딸 몫까지 나온 지원금 부분은 빼고 반환해야 하는 게 지원금 취지에 맞지 않냐?”고 지자체에 문의했지만 담당 공무원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지원금 반납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해당 공무원은 “정해진 게 없다“는 답변만 했다.
 
조씨는 통화에서 “행정 실수를 한 게 맞다면 지난해 선거를 앞두고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예산 살포를 한 게 된다”며 “본인들이 행정 실수를 해 놓고도 비경제활동 가족구성원에 대한 환급 여부나 분할 납부 여부 등 제대로 된 안내도 없다면 누가 행정부에 대한 신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해당 지자체는 조씨에게 문자를 보내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격리 당시 귀하가 재직 중이던 회사에서 급여가 유급으로 나가신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에 코로나19 생활지원비 환수 대상자로 되어 있으나 격리 당시 재직 중이던 회사로부터 유급휴가미제공확인서 또는 유급휴가비용 신청 철회서를 받아오시면 환수가 면제된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다만 위 서류를 가지고 오지 못하는 경우 ‘감염병예방법 제41조의2의 유급휴가’와 생활지원비 중복수급으로 판단되어 생활지원비 전액환수가 된다”고 덧붙였다.
 
해당지자체 공무원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환수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 대상자들 중에 유급휴가와 중복 수령됐는데도 불구 중복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공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가족 중에 비경제인구가 있는데도 전액환수에 나선 것을 두고는 “당시 규정은 가족중 한분이라도 유급휴가를 받으면 가구원 전체가 신청이 안 되도록 되어 있었다”며 “가족 중에 미성년자가 있어도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월 중순에 고양시 차원에서 절차에 대한 통보가 이뤄질 것이고 그에 따라 최종적으로 환수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는 우리 지역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지원금을 반환하라는 공문 사진제보자 제공
코로나19 지원금을 반환하라는 공문 [사진=제보자]
해당공무원의 설명대로 지원금 반환 사례는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고양에 이어 인천에 사는 기모씨도 최근 부평구로부터 코로나19 지원금을 반환해달라는 공문을 받았다. 환수 방법에 있어 고양시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개인에게 지급한 지원금을 환수한다는 측면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기씨 역시 “일가족이 코로나19에 걸렸던 상황에서 국가가 지원금을 줘놓고 이제와 경제가 어렵다고 반환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결국 코로나19 지원에 대해서 부실하게 심사를 진행했다는 점과 늦장 환수를 실시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각에서는 올해 최대 59조에 이르는 세수펑크를 메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당초 반환을 추진했다가 포기했던 소상공인의 사례와 비교해서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초 정부는 소상공인에 대한 재난 지원금 회수에 나섰으나 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발과 여론 악화로 고위 당정회의를 거쳐 면제를 결정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도 소상공인들을 직접 만나 저금리 융자 자금 4조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고, 코로나 재난지원금 8000억원 환수를 전액 면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는 기존에 정부가 시행했던 코로나19 지원 제도를 계속할 수 없다"며 "소득이 어느 정도 되고 상환 역량이 되는 사람들은 지원중단을 해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도 논의해야 하는데 집에 미성년자가 있건 없건 그 가구가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췄다면 내라고 할 순 있다고 본다"며 "다만 소득도 없고 애도 없는 집안, 취약계층에게까지 내라고 하는 건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성 교수는 "그리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체계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회수는 곤란하다"며 "물가상승과 경기부진으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원했다가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다시 돌려줘’ 하는 태도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때 했던 지원체계를 계속 가져갈 순 없지만 중단해 나가는 부분이 자연스레 연착륙되도록 연결점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그건 정책당국이 보여줘야 할 역량이다"라고 조언했다.
 
또 성 교수는 세수펑크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세수 펑크 이슈와의 연관성은 앞으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며 "다만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문제는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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