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에 인접한 건물을 불법 증축해 피해를 키웠다는 혐의로 기소된 해밀톤 호텔 대표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정금영 부장판사)은 29일 건축법·도로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 대표(76)와 해밀톤호텔 법인 해밀톤관광에 각각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해밀톤호텔 별관 임차인인 라운지바 브론즈의 대표 안모씨(40)는 벌금 500만원, 라운지바 프로스트 대표 박모씨(43)와 프로스트 운영 법인 디스트릭트는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골목 한쪽 편은 해밀톤호텔이 에어컨 실외기 등을 가리기 위해 설치해 둔 철제 가벽의 영향으로 골목 폭이 좁아져 있었다.
수사 당국은 이 가벽이 불법으로 설치된 점을 확인하고 건축법과 도로법 위반 혐의로 해밀톤호텔 법인과 이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 9월 결심 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 대표 측은 호텔 뒤편 테라스 형태의 불법 증축물은 인정하면서도 참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서쪽 철제 가벽에 대해선 건축법상 담장에 해당되지 않고 도로 침범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재판부는 "호텔에 대한 외부 침입 차단이나 내부 시설물을 보호하는 용도로 지어진 것"이라며 철제 가벽이 건축법상 담장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문을 관리하며 실외기·환기시설에 대기 근무를 하는 등 내부 공간을 매우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며 "안쪽에 호텔 지하로 연결되는 별도 출입구가 존재해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철제 가벽으로 인해 도로 폭이 좁아진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6m 이상이던 도로 폭이 3.6m가량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담장이 건축선을 침범하는지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며 "담장은 건축물과 분리해 축조된 것이 아니므로 2m가 넘어도 건축법 위반죄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담장은 호텔 벽면을 따라 일직선으로 지어졌고 건축선을 넘은 정도도 크지 않아 검사 제출 자료만으로는 피고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날 선고는 참사 발생 이후 사법부의 첫 판단이다. 다만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53) 등 참사와 관련된 주요 피고인들의 재판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