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르면 LG생건은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가맹점을 상대로 물품공급계약으로의 전환을 골자로 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는 LG생건이 지난달 31일자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의 정보공개서를 자진 취소한 데 따른 것이다. 사실상 LG생건의 화장품 가맹사업 종료를 의미한다.
현재까지 물품공급으로 계약 변경을 완료하거나 자진 폐업한 비율은 전체 더페이스샵, 네이처컬렉션 가맹점 406곳 가운데 90%가량이다. 나머지 10%인 40여곳에 대해선 지난 7월부터 4개월째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가맹계약에서 물품공급계약으로 전환하면 더페이스샵이나 네이처컬렉션 간판은 그대로 둔 채 아모레퍼시픽 등 다른 화장품 회사의 제품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CJ올리브영처럼 화장품 멀티 브랜드숍의 사업 구조를 띠게 되는 셈이다.
LG생건이 가맹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올리브영과 같은 '멀티 편집숍'이 성장하면서 로드숍의 경쟁력이 뒤처졌고 온라인 뷰티시장으로 쇼핑 무게 추가 옮겨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LG생건 간판을 단 멀티 브랜드샵이 CJ올리브영의 맞수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과거 LG생건이 2000년대 선보인 화장품 멀티 브랜드숍 '뷰티플렉스'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뷰티플렉스는 화장품 브랜드숍이 국내 상륙하기에 앞서 오프라인 화장품 유통매장 역할을 해왔다. LG생건 간판을 걸고 중소 화장품 브랜드까지 판매하는 점포 모델이었다.
현재 LG생건은 뷰티플렉스 명칭을 '보떼(BEAUTE)'로 바꿔 멀티 브랜드숍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보떼는 이자녹스, 수려한 등 자사 브랜드는 물론, 로레알파리, 메이블린 등 경쟁사 제품도 과감하게 공급, 한때 화장품 유통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지만, CJ올리브영 등 H&B 시장이 커지면서 보떼의 위상은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다. 전국 매장 수도 급감했다. 2012년 1123개에 달했던 점포 규모는 올해 10월 기준 319개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11년 만에 무려 72%나 축소된 수준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난달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의 가맹정보공개서를 자진 취소했다"면서 "대부분의 점주들은 물품 공급 계약으로 전환해 계속 회사와 거래를 하면서 더페이스샵이나 네이처컬렉션 제품은 물론, 팔고 싶은 타사 제품도 취급할 수 있게 된다. CJ올리브영과 같은 화장품 멀티 브랜드숍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