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이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대학·기초연구 지원사업 등에 관한 예산 등의 복원을 요구했다. 정부는 기초연구와 연구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며 다독이고 있지만, 예산 삭감 영향은 벌써부터 시작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앞에서 정부의 내년도 R&D 예산 삭감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결의대회에는 과기노조와 광주과기원노조,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조지부, 서울대 대학원 총학생회, 연세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등이 참여했다.
강천윤 과기노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6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연구자들을 '카르텔' 즉 범죄 집단으로 매도했다"며 "이후 R&D 예산 일방 삭감의 과정이 졸속적이고 폭력적으로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올해 31조1000억원 수준인 국가 R&D 예산은 내년도엔 25조9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비율로 따지면 16.7%(5조2000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과기노조는 R&D 예산 삭감 피해는 대학과 출연연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원생과 학생연구원이 받는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계획 중인 새로운 연구의 착수 지연 △논문 투고비 지원 부족으로 인해 연구 성과 출판 악화 △연구장비·재료비 감액으로 인한 연구 성과 감소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원생과 학생연구원 대상 연구 교육훈련의 질 저하로 우수 연구자 양성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R&D 예산 삭감은 이들의 생계까지 위협하는 조치라며, 예산 원상 복원을 거듭 촉구했다.
예산 삭감으로 이미 올 하반기부터 계약 연장이 안 되는 사례가 발생하며, 현장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연구기관이나 대학 연구실에서 인턴십을 마친 대학생들이 연구비 문제로 대학원 진학이 불발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준영 전국대학원생노조 수석부지부장은 "인턴십에 참가했던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교수에게 요청해도 입학할 수 없이 상황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들이 '예산 문제 때문에 이번에는 지원하기 어렵다'고 했다"며 "일부 출연연에서는 이미 뽑힌 신입생에 대해 '취소가 가능하느냐'고 묻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4대 과학기술원 총학생회 대표단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연구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관련 실‧국장급 공무원들은 4대 권역별 주요 대학에서 이공계 학생 간담회를 계속해서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