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연말 주요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추가 강등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경기 악화가 겹친 상황에서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된다면 해당 건설사들의 이자비용이 많게는 수백억원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건설·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신세계건설(시공능력평가 32위)의 무보증 회사채에 대해 기존의 'A' 신용등급을 유지했으나, 전망에 대해서는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이는 지난 8월 GS건설(5위)과 6월 HDC현대산업개발(11위)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대형 건설사의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된 사례로 꼽힌다. 올해 태영건설(16위), 한신공영(27위), 호반산업(29위) 등 시공능력평가 40위 이상의 주요 건설사 중 3개사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지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국내 신평사는 신세계건설 등 3개사의 등급전망을 변경하면서 향후 등급 강등을 피하기 위한 키포인트 요건 등에 대해서도 각 사마다 별도로 공개했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현금창출능력(EBITDA) 마진이 3% 이하'(한기평)와 '매출액 대비 현금창출능력(2년 평균)이 3% 하회·현금창출능력 대비 순차입금 지표가 2.5배 이상'(한신평) 등이다. 이들 요건에 해당된다면 신용등급 강등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그러나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된 이들 건설사는 하나같이 이 같은 강등 요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신세계건설의 경우 현금창출능력 마진과 매출액 대비 비율 등 모두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모두 유사한 상황에 처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만약 올해 연말이나 내년 연초 이들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강등된다면 향후 이자(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1~9월 동안 이들 3사의 이자 비용 합계는 2189억원에 달한다. 이에 연간 기준 수백억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에 최근 해당 건설사들은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14일 계열사인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세계영랑호리조트의 자산 733억원(부채 74억원)을 흡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재무·회계 전문가인 김회언 대표가 직접 나서 우발채무와 차입금을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GS건설도 지난달 오너 4세인 허윤홍 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해 분위기 반전과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건설 경기가 내년에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이들 3개사가 모두 신용등급 강등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된 상황에서 극적 개선을 위해서는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필요가 있는데 쉽지 않다는 시각에서다.
신평사 관계자는 "대부분 건설사들이 너무 많은 채무를 쌓아놓고 있어 올해처럼 경기가 위축되면 너무나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향후 경기 악화와 고금리 상황에서 재무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