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택배를 운영하는 경동물류가 자신들과 계약하고 영업소를 운영했던 전 영업소장이 경업금지 계약 규정을 깨고 경쟁사에서 경동물류 고객정보를 이용해 일하고 있다며 이를 금지하는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금지 대상이 되는 경쟁업체를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금지기간을 설정하지 않았다면 유효한 경업금지 약정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23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경동물류는 각 영업소 및 하역업체 등과 연계 계약을 맺고 연계된 각 업체 사이에 화물 배송접수, 운송, 집하, 배송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경동물류는 서울 강남구에서 고객들로부터 제품 배송을 위탁받고 원활하게 제품을 배송하기 위해 영업소를 운영하고자 했다. 이에 2002년 A씨와 영업소 관리계약을 맺고 A씨에게 물류영업을 맡겼다.
그런데 A씨는 이후 동일한 곳을 거점으로 경동물류의 경쟁사인 대신택배와 영업소 운영 계약을 맺었다. 이를 알게 된 경동물류는 "A씨 말을 듣고 계약 해지에 합의했는데, A씨는 우리와 일하며 알게 된 가입 고객들의 정보를 무단 이용해 새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A씨와 체결했던 계약서상 경업금지의무에 따라 다른 회사를 위한 운송업 및 고객정보 이용을 금지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민사14부(김민상 부장판사)는 경동물류가 A씨를 상대로 낸 경업금지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계약서에 '계약기간 중 A씨가 업무상 알게 된 경동물류의 영업기밀 및 가입고객의 인적사항을 타인에게 누설하거나 직접 또는 제3자에게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내용이 포괄적,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데다가 금지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 경업금지 약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규정을 계약 종료 후에도 그대로 적용할 경우 A씨는 평생 계약기간 중 알게 된 거래처와 거래를 할 수 없다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경동물류 측은 A씨가 이용하는 고객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업비밀'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영업활동에 유용한 경영상 정보를 말하는데 A씨가 경동물류와 일하면서 확보한 고객 정보는 주로 물품 운송을 의뢰한 회사 주소나 연락처 정도"라며 "이 같은 일반적인 정보는 인터넷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는 것들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동물류가 항소해 사건은 수원고법에서 심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