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전기자동차 전성시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휘발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최대 주행거리’와 ‘충전소 인프라’ ‘구매 보조금’ 등은 여전히 구매에 있어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지금 전기차를 산다는 것은 시기상조일까? 아니면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를 사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까?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종말?
소비자들이 내연기관차에 대해 쉽게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세계 각국의 내연차 판매 금지 조치가 '내연차의 종말'로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오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2035년에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했다. 제너럴 모터스(GM)는 2035년부터, 볼보는 2030년부터는 전기차만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유럽에서 2035년, 국내와 미국·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2040년부터 전동화 차량만 판매한다는 목표다. 기아 역시 2030년까지 한국·북미·유럽·중국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최대 78%까지 높일 예정이다.
이는 내연기관차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2035년에도 적지 않은 수의 내연기관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수리를 위한 부품 수요나 정비 수요도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현재 시점(2023년)에서 내연차나 하이브리드를 구매하더라도 전혀 문제는 되지 않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전기차 충전비 지금은 저렴하지만…충전요금 인상 중
하지만 전기차 충전 요금 인상이 예고되면서 유지비가 저렴하다는 것은 옛날 얘기가 됐다. 예컨대 77.4㎾h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현대차 아이오닉5(평균 복합전비 4.8㎞/㎾h)가 월 2000㎞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100㎾ 급속충전기(347.2원/㎾h)를 이용하면 14만4666원의 충전요금이 든다. 충전손실률을 감안해 이보다 10%를 더 충전하면 약 16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비슷한 차급인 현대차 SUV인 투싼 하이브리드(15.3㎞/ℓ)를 같은 조건에서 운행할 때 필요한 휘발유 양은 129ℓ로 이날 전국 휘발율 평균가격인 1599.90원/ℓ로 계산하면 20만6387만원의 비용이 든다.
아이오닉5와 투싼 하이브리드의 비용 차는 약 20%에 불과하다. 전기차 충전요금이 휘발유보다 여전히 저렴한 수준이지만 최근 국제유가는 떨어지고 있고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이 예상되면서 이 같은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전기차는 비싸다. 싼타페 2.5 가솔린 터보 익스클루시브의 가격은 3156만원인 반면 이와 비슷한 차급인 전기차 아이오닉5 스탠다드 익스클루시브의 가격은 4695만원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경우 가격 차이가 줄어들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평소 자신의 운전 행태를 분석하고 어떤 차량을 고를 것인지 최종 결쟁해야한다. 연 주행거리가 2만km 이상일 경우에는 전기차를 사는 것을 추천하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전기차 구매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부지런하지 않다면…전기차 구매 '신중해야'
충전은 전기차주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전기차에 가장 좋은 건 집밥(주거지에서 하는 충전)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전기 충전소 보급은 미비한 실정이다. 2020년 기준 전국 충전기 갯수는 6만4188기이고, 개인 및 아파트용을 제외한 공용 충전기는 급속과 완속을 합쳐 총 3만5379기(2021년말 기준)에 불과하다. 충전기 보급이 전기차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에 충전기가 있다고 해도 아파트 내 설치된 공용 급속 충전기는 전체의 0.5%에 불과하다. 대부분 완속 충전기라서 배터리를 가득 채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또한 최근 전기차가 급격히 늘면서 충전 자리 찾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전기차는 동력원인 전기를 수시로 충전해야 한다. 국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이용자들의 1인당 평균 충전 횟수는 주 3.5회(주중 2.5회, 주말 1회)로 내연기관차 이용자의 주유빈도보다 잦다. 배터리 수명을 위해서나 충전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가득 충전하지 않는 전기차가 많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들어 전기차 구매가 늘고 있는데 이에 반해 충전 인프라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지금과 같이 전기차 판매가 늘면 늘수록 전기차 충전을 위한 전기차 소유자 간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