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의 초혼자 수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혼 적령기 인구가 줄어든 데다 비용 부담 등으로 결혼 의지가 약해진 탓이다. 임금 증가율 둔화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자, 청년들은 "결혼은 사치"라고 입을 모은다.
20일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는 국가통계국이 전날 발표한 ‘2023 중국통계연감’을 인용해 지난해 초혼자 수가 1051만7600만명으로 전년(1157만8000명) 대비 9.16%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37년 만의 최저치다.
결혼 적령기 인구 감소, 초혼 연령 상승, 결혼관 변화, 코로나19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초혼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5년 새 출생아 수가 40% 급감하는 등 전체 인구가 줄어들면서 결혼 적령기인 23~28세 인구가 급감한 영향이 가장 컸다고 제일재경은 설명했다.
결혼 적령기가 늦춰진 점도 한몫했다. 10년 주기로 조사하는 중국의 인구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평균 초혼 연령은 28.67세로 2010년 평균(24.89세) 대비 3.78세 높아졌다.
인구 전문가인 둥위정 광둥성 정부참사실 특별연구원은 “수치상 결혼 적령기의 청년층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더구나 결혼 연령은 높아지고, 결혼 의지는 약해지는 등 비혼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둥 연구원은 그러면서 “청년들은 더 이상 결혼과 출산을 인생의 필수 과목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결혼) 비용 상승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졸업 직후부터 구직난에 허덕이고, 어렵게 직장을 구했다고 하더라도 박봉에 시달리는 게 중국 청년들의 현주소다. 중국 청년(16~24세) 실업률은 6월 21.3%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7월부터는 아예 통계치 발표가 중단됐다. 임금 증가율도 둔화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통계연감에는 임금 증가율도 포함됐는데, 중국 31개 성·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영기업의 평균 임금은 6만5237위안(약 1173만7400원), 비민영기업(국영·외자·합자 등)의 평균 임금은 11만4029위안(약 2051만원)에 불과했다. 전년 대비 임금 수준이 소폭 증가했지만, 임금 증가율은 각각 3%포인트, 5.2%포인트 감소했다.
지역별 격차도 두드러졌다. 비민영기업 기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들의 평균 임금은 10만 위안이 넘었으나 지린성, 헤이룽장성, 허난성, 간쑤성 등 2선 도시들의 평균 임금은 5만 위안이 채 되지 않았다.
고액 연봉을 받는 일자리는 주로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정보기술 등 4차 산업과 관련된 특정 업종에 몰려 있었고, 서민 일자리로 인식되는 농업·임업·목업·어업, 광업, 숙박·요식업, 도소매업, 제조업 등의 연봉은 낮았다.
중국의 한 네티즌은 초혼자 수 감소와 관련해 “이렇게 사치스러운 소비는 일반 서민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