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 엔화·日주식에 ETF까지 투자 봇물..."투자 적기, 내년 상반기 엔화 상승"

2023-11-2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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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엔화 가치가 33년 만에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자 엔저를 활용한 미국국채 매수, 일본 기업 주식 직접 매수 등 일학개미와 서학개미의 일본 자본시장 활동이 늘고 있다. 때마침 일본 증시도 올해 30% 상승하며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권가에서는 지금이 일본 시장에 투자할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내년 상반기까지 엔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日에 투자하는 '일학개미', 1년 새 32% 늘었다
20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기준 일본 자본시장에 투자한 ‘일학개미’들의 연간 누적 투자 금액이 34억3529만 달러(약 4조4538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6억707만 달러(약 3조3800억원)를 기록했다. 일학개미 투자 규모는 1년 사이 약 32% 급증했다.
일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이고 있는 상품은 일본 거래소에 상장된 미국국채 상장지수펀드(ETF)다. 서학개미들은 일본 증권거래소에서 ETF, 미국 주식, 채권을 합쳐 5549억200만원어치를 매집했다.

일본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사례도 늘었다. 연초 이후 일학개미들은 소니 그룹 주식을 약 29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소니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2024에서 전기 콘셉트카를 공개할 것이라는 소식이 투자자 눈길을 끌었다. 소니는 지난해 혼다와 합작회사 ‘소니혼다 모빌리티’를 출범하고 2025년 생산을 목표로 전기차를 개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기업에 투자하는 ETF에는 연초 이후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됐다. 일본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GLOBAL X JAPAN SEMICONDUCTOR ETF(545억원), 로봇 기업 화낙(183억원), 미쓰비시상사(108억원), 키엔스(81억원), 도쿄일렉트론(59억원) 등이다. 기시다 정권의 반도체 산업 강화 정책으로 소비재, 종합상사, 로보틱스 등 기업들이 떠오르며 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 대한 개인의 투자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8.86엔을 기록했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이달 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금리를 -0.1%로 유지했고 장기 금리(10년물) 상한인 1%를 초과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불충분한 조치로 받아들였고 엔·달러 환율은 수정 전 149엔에서 151엔으로 급락했다. 지난 13일에는 장중 최고치인 달러당 151.92엔까지 거래돼 일본 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율이 달러당 151.94엔보다 더 오르면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게 된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자료=한국예탁결제원]

 
닛케이225 장중 최고치, 33년 경기 침체 끝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0.8% 오른 3만3853.46까지 오르며 199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다만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지난 7월 초 닛케이225지수는 3만3753까지 치고 올라가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에 장중 33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거품 경제가 절정이던 1989년 12월 기록한 닛케이225지수 사상 최고치인 3만8915를 돌파할 것이란 기대감이 감돈다. 

엔화 약세, 탄탄한 기업 실적, 기업 지배구조 개혁 등에 힘입어 올해 이 지수는 약 30%나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가 18%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오름세다. 지난 17일 닛케이225지수는 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는데 이는 6월 이후 가장 긴 연속 상승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조치가 끝났다는 기대감에 미국 장기 금리가 하락하면서 투자 심리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엔저로 부정적 효과 커져, 내년 저환율 정책 철회 관측
미국 등 주요국이 인플레이션 우려로 통화 긴축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은 디플레이션 우려로 통화 정책을 완화하며 달러와 엔화 간 환율 차가 벌어지며 엔저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엔저를 앞세워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키우고 투자를 확대해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수입 물가는 크게 오르고 수출은 늘지 않아 엔저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더 커졌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결국 일본 정부가 조만간 저환율 정책을 철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내 자본시장에는 엔저를 겨냥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본 관련 ETF 상품이 총 10개 출시된 가운데 약 4000억원이 유입됐다.
 
투자자들은 엔화 가치 반등과 일본 주가 상승에 동시에 베팅하는 ETF인 TIGER 일본니케이225, ACE 일본Nikkei225(H), 일본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 ETF, TIGER 일본반도체FACTSET ETF, ACE 일본 반도체,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는 KODEX TSE일본리츠(H) ETF 등 향후 내수 시장 회복과 환차익을 노리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TIGER 일본니케이225에만 연초 이후 투자금 1980억원이 유입됐다.
 
투자 유의해야, 내년 상반기까지는 약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엔저 현상만 바라보고 투자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엔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저가 역사상 최저치에 근접했지만 BoJ의 통화 정책 전환은 느린 편"이라며 "추가 저점이 더 남아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도 엔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엔화가 '잃어버린 30년' 전인 1990년 수준까지 하락해 6개월 내 155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핌코(PIMCO)는 일본 엔화를 지난 몇 달 동안 사들이고 있다.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엔화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핌코 측은 "일본은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수정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금리 인상이 필요로 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면서 "미국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고 있는 반면 일본 인플레이션은 상승세다. 이에 자연스럽게 엔화 롱 포지션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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