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은 1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위헌적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헌법소원 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문성덕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한국노총은 기자회견에서 "개정 시행령은 세액공제를 볼모로 국가가 개입해 공시시스템을 통한 결산결과 공표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며 "헌법상 단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변호사는 "시행령은 정부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통한 회계 공시 시기·방법 등을 강제한다"며 "노동조합 본질인 자주성 침해이자 헌법상 단결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10월부터 노동조합이 회계를 공시해야 조합원들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안은 노조가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이내 정부 회계 공시시스템, 게시판 공고 등을 통해 결산결과를 공표하도록 규정한다. 개정안에 따라 상급단체와 산하조직 등이 결산결과를 공시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위임근거 없다지만…"집행명령으로 봐야"
한국노총은 개정안이 위임입법 한계를 벗어나 위헌적이라는 입장이다. 위임입법은 법률 위임으로 국회 외 국가기관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노조 회계감사원 자격, 운영상황 공표 시기 등을 자세하게 정하고 있다. 상위법인 노조법 제26·27조에 위임근거가 없어 한계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문 변호사는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은 독단적으로 새로운 요건을 만들고 있어 위헌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게시판 공고 등 다양한 공시 방법 허용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정부 회계공시 시스템 사용을 강제한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봤다.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은 정부 회계공시 시스템을 통한 회계 공시 외에도 게시판 공고,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 등 다양한 공시 방법을 열어두고 있다. 차 교수는 "노조는 시스템 공시 외에도 회계결과를 노조 홈페이지에 밝혀도 되고 총회에서 보고해도 된다"며 "공표 방법은 노조 대표자가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회계공시에 따른 세액공제 제공은 정책적 영역으로, 헌법상 단결권을 침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 교수는 "세액공제는 노조 지원을 위한 정책에 불과하다"며 "노조 결성·가입 방해, 회피 종용 등으로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노조 회계 부정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개정안 시행 목적은 정당하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도 "세액공제는 조세정책의 문제"라며 "단결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