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 국내 경제성장률(GDP)이 0.5%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당초 한국은행이 전망한 연간 목표치(1.4%) 달성을 위해서는 4분기 성장률이 0.7%에 도달해야 하는 만큼 연간 경제성장률이 당초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4분기 국내 물가상승률 역시 시장 전망보다 높은 3.6%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13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글로벌연구실은 '11월 경제 브리프' 보고서를 통해 "민간소비 증가폭이 확대되고 설비투자가 개선돼 4분기(10~12월) 경제성장률이 0.5% 수준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올해 2023년 경제성장률 예상치로 1.4%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7%를 기록해야 하는 만큼 해당 전망대로라면 연간 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불가능하다.
3분기 마이너스 성장(-2.7%)을 나타냈던 설비투자 역시 4분기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IT업황이 개선돼 상승 전환할 것으로 관측됐다. 연구소 측은 "지난해와 올해 반도체 생산 추이를 비교해보면 지난 7월까지 전년 대비 14% 이상 감소했던 생산량이 8월(+8.3%)과 9월(23.7%) 큰 폭의 개선세를 나타냈다"면서 "10월 반도체 수출이 -3%대로 전년 대비 역성장이긴 하나 지난 7월(-33.8%)과 비교하면 그 폭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연착륙 지원 영향으로 3분기 2%대 성장률을 보였던 건설투자의 경우 0.0%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PF 연체율이 지난 6월 기준 2.17%로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0.55%)보다 큰 폭 확대됐고 전국 미분양 주택 역시 9월까지 매달 5만~6만호에 이르고 있다. 건설업 경기 둔화 속 9월 주택착공비율은 1년 전보다 63% 이상 급감했고 이 기간 건설수주액 규모도 전년 대비 44% 이상 줄었다.
연구소 측은 IT 경기 개선으로 개선되는 듯했던 수출도 4분기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호조세와 해외 관광객 유입 확대로 증가세를 유지하나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기저효과 등에 따라 상승폭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3분기 3.1% 수준이던 국내 소비자물가는 4분기 반등해 3.6%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서비스물가 둔화세에도 국제유가 상승세 속 석유류의 물가하락 효과 축소와 농산물가격 오름세로 물가 상승폭이 커질 여지가 높다는 시각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월별 물가상승률 추이를 보면 지난 6월 2.7%에서 7월 2.3%로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8월 들어 다시 3%대(3.4%)로 반등해 9월과 10월 각각 3.7%, 3.8%로 뛰었다. 당초 시장에서는 10월 물가상승률을 3.5% 수준으로 예상했으나 이를 크게 상회한 것이다.
이 같은 물가 상승 기조는 유가 상승과 중동 전쟁 리스크 속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정부는 하반기 들어 물가가 안정 흐름을 회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2%대로 내려올 것으로 기대했다. 한은도 10월부터 물가상승률이 다시 둔화흐름을 이어가며 연말 3% 내외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다음달 발표될 11월 물가상승률에 대해 "3.6%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며 "앞으로 물가 안정 추세는 더디지만 서서히 나타나지 않을까(싶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