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2.2%로 예측하며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추진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DI는 우리 경제가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로 성장잠재력이 점차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 등의 기술 발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올 6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각각 1.9%, 1.7%로 추정했다. OCED의 예측대로라면 내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미국(1.9%)보다 낮아지는 것인데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가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면서 추 부총리는 "IMF가 왜 한국을 긍정적으로 봤을까를 생각해보면 내년에 반도체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아지면서 한국이 본격적으로 수혜를 받는다는 뜻"이라며 반도체 경기 회복이 경제성장률을 이끌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늘고 있지만 반도체만 믿기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올해 경기를 예측한 '상저하고' 전망이 빗나간 가장 큰 원인 역시 중국의 리오프닝이 지연되면서 반도체 경기 회복이 늦어진 영향이 크다.
KDI는 내년 우리 경제 회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정학적 갈등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중국의 부동산 경기 급락을 꼽았다. 이 중 중국의 부동산 경기 급락은 현지 건설업체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실물투자가 크게 둔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구조개선이 시급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KDI는 중국 건설업 생산이 10% 감소하면 우리나라의 GDP가 0.4%가량 줄어드는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 생산에 투입되는 중간재 수출이 감소하면서 건설 자재 및 운송 관련 산업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는 분석이다.
또 우리나라와 중국 간 국제분업 관계 변화의 양상을 분석한 결과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한 제품이 가공을 거쳐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부분은 축소된 반면 중국의 내수에 의존하는 부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우리나라와 중국 간에 활발했던 국제분업 관계가 약화되면서 해외 중간재 시장에서 양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KDI는 대내외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경제역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의 진입장벽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교육제도 개편 등의 구조개혁에 정책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이 경제구조 개혁을 통한 생산성 개선에 달려 있는 만큼 개혁의 시급성과 필요성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정책 추진의 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3대(노동·연금·교육) 구조개혁이 지체될 경우, 5년 정도가 지나면 경제 성장률 1%대가 자연스러운 시기가 올 것"이라며 "성장률 하락 속도를 늦추는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