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최근 주식 파생상품에서 1000억원가량 손실을 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금융사고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금리가 오르며 은행권 이자장사에 대한 눈총이 따가운 가운데 내부통제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우리은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해 수백억 원대 직원 횡령 사고로 금융권 내부통제 이슈를 불러일으킨 곳이어서, 해당 여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년 3분기 만기인 장기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등 주식 파생상품을 파는 과정에서 962억원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통상 파생상품 판매 시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격 변동성을 산출하는데 시장 변화에 대한 변수값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평가액과 실제 시장가액 간에 괴리가 발생했다. 다시 말해 해당 상품으로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헤지(hedge)' 기능을 설정하는데 해당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은행은 해당 건에 대해 은행과 증권사 간 투자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이어서 고객 손실과는 전혀 무관하며 해당 평가 손실을 지난 2분기 실적에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은행 자산이 고객 자금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이번 거래를 통한 수익성 감소가 장기적으로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내부에 '금융사고 불감증'이 만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4월 우리은행 직원이 약 712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발각되며 금융권이 발칵 뒤집어졌다. 지난 7월에는 우리은행 전북 소재 지점 직원이 외환 금고에 있던 시재금 7만 달러(약 9100만원)를 횡령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은행 역대급 횡령사고가 내부통제 이슈를 불러일으켜 전 금융권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당국의 관리·감독 행보가 빈번해졌다"며 "올해 들어선 당국 압박에 은행권이 다양한 내부통제안을 내놓고 있는데 잇단 우리은행 금융사고들로 인해 해당 노력들이 실효성 없는 대안으로 비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 이후 관계 부처와 정치권에서 연일 은행권에 날 선 비판을 내놓고 있다"며 "이런 시국 속에 이번 우리은행 내부통제 추가 이슈가 은행권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더 악화시킬까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년 동안(2017년~2023년 7월) 금융권 전체 횡령액은 2405억원에 달했다. 이 중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 금액은 1512억원으로 전체 중 62.9%를 차지하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