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수출이 회복세를 나타내며 경기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는 와중에 물가 재반등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고물가는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 둔화를 초래할 악재여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1.1% 증가했다. 반도체와 기계·장비 등 광공업생산이 1.8% 증가하고 서비스업 개선세가 지속된 것에 따른 것이다. 설비투자 역시 전월 대비 8.7% 늘어 2개월째 증가세를 나타냈다.
생산과 투자, 수출 부문에 온기가 도는 것과 달리 소비는 수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9월 소매판매는 컴퓨터 등 내구재와 의복 등 준내구재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판매가 줄었다. 다만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에서 판매가 늘어나면서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 추석 연휴 효과에 기댄 모양새다.
여기에 소비자물가까지 상승세가 확연하다. 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3%대를 기록하며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서민 가계가 지갑을 닫고 웅크린 채 겨울나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결과를 살펴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8.1로 전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소비자심리지수와 소비자물가 증감은 대체로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례로 지난해에는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6.3%)이 가장 높았는데 당시 소비자심리지수는 연중 최저치(86.3)를 기록했다. 올 들어 95를 밑돌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4월 95.1로 올라섰는데 이때는 4~5%를 넘나들던 물가 상승률이 3.7%로 안정화하던 시점이었다.
지난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3.2로 연중 최고점을 찍었는데 당시 물가 상승률은 연중 최저인 2.3%였다. 이후 석 달 연속 소비자심리지수는 하락하고 물가 상승률을 오르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노력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다 보니 소비 심리가 꺾이고 내수가 둔화하는 악순환 고리가 재형성될 조짐이다. 다만 정부는 근원물가가 소폭이나마 떨어지고 있다고 보고 범정부 차원에서 인플레이션과 잡기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