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셋값이 떨어지며 보증금 반환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세 시장이 조금씩 회복하며 역전세 우려를 지우고 있다. 다만 아파트의 경우 역전세 우려가 감소한 반면, 연립다세대(빌라)의 역전세 우려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월 서울에서 아파트를 보유한 집주인들은 전세 갱신 계약을 맺을 때 평균 2672만원을 감액 후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계약을 맺을 당시보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갱신 계약 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2600여만원을 돌려줬다는 의미다.
감액 갱신이 일어나는 이유는 앞서 2021년 전세 계약을 맺을 당시 전셋값이 역대급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 임대차보호법 등으로 인해 전세 수요는 늘고 매물은 크게 줄었고 세입자들은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심화 등 영향으로 보증금 대출에 어려움이 생겼고 자연스레 전세수요는 줄고 전셋값은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엔 다시 한번 전세 수요가 몰리고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5월 넷째 주(22일 기준) 상승전환한 뒤 지난주(23일 기준)까지 23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 또한 꾸준히 늘며 지난주 95.3을 기록하는 등 올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빌라 기피 현상에…당분간 역전세 우려 이어질 것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하며 역전세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빌라의 역전세 우려는 여전하다. 세입자들이 빌라 전세를 기피하며 전셋값이 급격하게 빠지고, 집주인이 돌려줘야 할 금액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서울 빌라 거래 52%(2646건)가 기존 전세 보증금 대비 전세 시세가 하락한 역전세로 집계됐다. 올해 1~5월(34.7%)보다 오히려 18.3%p 높아졌고, 2021년 3분기와 올해 3분기를 비교한 결과 전세 시세 차액 평균은 3056만원 수준이었다.
서울 자치구 25곳 가운데 기존 보증금 대비 평균 전세금이 크게 하락한 지역은 서초구, 강남구, 동작구, 종로구 순이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빌라를 전문으로 중개를 하던 최모 씨는 “전세사기 우려로 인해 전세 계약 문의가 크게 줄면서 부동산 중개만으로는 생활을 하기 힘들어졌다”라며 “중개업소를 운영하면서 교대로 남편과 다른 업종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인근에 폐업을 진행한 빌라 전문 중개업소 또한 많다”고 말했다.
강남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빌라 전셋값이 예전에 비해 30%쯤은 떨어진 것 같다”라며 “지난해 개포동의 전용 33㎡ 빌라 전셋값은 3억원을 넘었지만, 지금은 2억원대 초중반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차라리 구축이라도 아파트 전세를 찾는 문의가 대부분”이라며 “빌라 갭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순차적으로 강화된 상황에서 빌라 전셋값 하락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올해 5월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 150%(공시가격 150%·전세가율 100%)에서 126%(공시가격 140%·전세가율 90%)로 낮췄다. 임대인이 가입하는 임대보증금 반환보증보험도 내년 7월부터 공시가격 126%가 적용된다.
이는 그동안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보증보험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갭투자, 전세사기 등에 악용됐다는 지적에 따라 나온 조치다. 이렇게 낮춰진 보증보험 가입 기준에 맞춰 전셋값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전세사기 및 역전세 등에 대한 우려로 영향으로 빌라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빌라시장 전세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