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리고 집중력 저하"…'철야' 참여재판에 배심원·변호인 피로감 호소

2023-11-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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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이상 재판 '0건'…부실 재판 우려

법원행정처, 연일 개정 활성화 연구용역 발주

서울중앙지법 전경 사진아주경제DB
서울중앙지법 전경 [사진=아주경제 DB]
“사기 등 재산 관련 범죄의 경우 사안도 복잡하고 증인도 많다. 당일 재판을 끝내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부득이하게 밤늦게까지 공판을 진행하면, 아무래도 여러 날 재판을 진행하는 것과 비교해 심리가 부실해지는 점은 어쩔 수 없다.” (수도권 법원 판사)
 
“연일 개정을 할 여건 자체가 안 되다 보니 다음날 재판을 여는 것보다는 늦은 시간까지 재판을 하는 경향이 있다. 소송 당사자들이나 배심원들이 피로를 호소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방광역시 법원 판사)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이 저조한 실시율을 기록 중인 가운데, 대다수의 국민참여재판이 ‘심야 재판’ 형태로 개정되고 있어 심리 부실과 재판 피로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2021년에는 이틀 이상 기일을 지정해 재판하는 ‘연일 개정’이 단 한 건도 열리지 않아, 심야 재판 관련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배심원들의 연일 개정 참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참여재판 다수 ‘심야 개정’...연일 재판 ‘0건’ 
이틀 이상 재판연일 개정을 받은 피고인의 수 제공법원행정처
국민참여재판에서 이틀 이상 재판(연일 개정)을 받은 피고인 수. [자료=법원행정처]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간 열린 국민참여재판 건수는 255건을 기록했다. 이 중 연일 개정으로 진행된 재판은 전체의 6.6%(17건)에 그쳤다. 93%가 넘는 사건이 심야 재판 등 형식으로 당일 심리가 끝난 것이다. 이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열린 전체 국민참여재판 중 연일 개정으로 진행된 사건 비율인 8.2%보다도 감소한 수치다.

특히 지난 2021년 열린 전체 국민참여재판 중 연일 개정으로 진행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국민참여재판에서 연일 개정으로 진행된 사건은 2020년은 7.3%, 지난해에는 소폭 확대된 10.9%를 기록했지만 전체 개정 사건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낮은 수치다.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배심원 선정에서 선고까지 하루 만에 진행돼 유독 심야까지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당사자와 평결에 나서는 배심원의 집중력 저하로, 충분한 심리가 보장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이 때문에 심야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비선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0년의 국민참여재판 실시율은 12.4%, 2021년에는 10.7%, 2022년에는 11.3%, 올해는 지난 8월까지 12.5%를 기록해 평균 11.4%에 머물고 있다. 수도권의 한 지방법원 판사는 “심리가 철야 재판 형식으로 진행되면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피로도 때문에 (참여재판에 대한) 비선호 현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원도 ‘연일 개정’ 활성화 연구...“제반 여건 우선돼야”
법원도 최근 관련 대응에 나섰다.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17일 ‘국민참여재판 연일 개정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국민참여재판에서의 심야 재판 지양과 재판의 실시율을 올리기 위해, 연일 개정 활성화 방안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법원행정처는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야간에 재판이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 재판부와 배심원 모두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재판에 집중력이 저하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며 “참여재판 제도 및 운영에 대해 개선의 필요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선 판사들과 전문가들은 연일 개정 활성화에 앞서, 이에 대한 여건과 제도 조성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원지법의 한 판사는 “연일 개정이 바람직하겠지만 배심원 등을 통해 재판 내용이 언론 등에 유출되거나, 다음 기일에 배심원이 불출석할 수 있어 현실 여건에서 개정에 어려움이 많다"며 "기일이 이틀 이상인 경우 배심원 불출석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지법의 판사도 “국내에서의 연일 개정은 재판 기록에 대한 비밀 보장이 어렵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배심원에 호텔을 지원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여건이 아닌 이상 재판부도 연일 개정을 진행하자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법원행정처도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배심원에 대한 위법한 접촉 방지 방안’, ‘배심원의 언론 노출 등에 대한 대응’ 등 배심원의 출석 확보 방안을 중심으로 연일 개정 활성화 대안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법원이 중대 사건에 대한 충실한 심리를 위해 연일 개정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방향”이라면서도 “이틀 이상 법원에 출석 가능하도록 배심원의 부담을 줄이고, 기록 및 신분 노출을 막을 수 있는 인적·물적 여건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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