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영업적자를 줄이고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하만 등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올 3분기 조 단위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메모리 시장 회복에 따라 올 4분기부터 반도체 턴어라운드 효과를 본격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차세대 성장동력인 파운드리에서도 분기 기준 최대 수주액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2024년 IT 수요 회복과 생성형 AI(인공지능) 수요 증대에 대비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을 대폭 늘려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적자 줄고, 스마트폰·디스플레이 등 선전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매출이 67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2조43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31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2.2%, 영업이익은 77.6% 줄어든 수치다. 다만 전 분기 대비 매출은 12.33%, 영업이익은 264% 급증해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실적 개선 배경으로는 반도체 적자 규모 축소와 스마트폰·프리미엄 TV 등 DX(디바이스 경험) 부문 견조한 성장, 하만·SDC(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약진이 꼽힌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은 3분기 매출 16조4400억원, 영업적자 3조75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은 상반기 9조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3분기에는 적자 폭이 줄면서 회복세가 뚜렷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는 HBM, DDR5, LPDDR5x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일부 판가 상승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이 축소됐고, 파운드리는 고성능컴퓨팅(HPC) 중심으로 역대 최대 분기 수주액을 달성했다"면서 "메모리반도체는 감산 영향으로 고객사 재고 수준이 빠르게 정상화되면서 시장 회복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전장자회사 하만은 매출 3조8000억원, 영업이익 4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장 고객사 수주 확대와 포터블 스피커 등 소비자 오디오, 카오디오 판매 확대로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SDC부문은 매출 8조2200억원, 영업이익 1조9400억원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패널 주요 수요처의 플래그십 제품 출시에 적극 대응해 전 분기 대비 이익이 대폭 증가했다. 대형 패널은 수율 향상과 원가 개선 등으로 적자 폭이 축소됐다.
◇HBM 효과 올 4분기부터 가시화
삼성전자는 올 4분기에는 글로벌 IT 수요가 개선되는 동시에 반도체 부문에서는 생성형 AI 시장 확대로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감산 영향에 따라 고객사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고 있고 고수익 제품인 차량용 판매 비중 확대, HBM3 양산 등에 따라 시장 회복 추세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HBM3 공급 역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2.5배 이상 확대하는 한편 이미 주요 고객사와 내년 공급량 협의를 완료한 상태"라며 "HBM3 비중은 앞으로 계속 늘어나 2024년 상반기에는 회사 전체 HBM 판매 물량 중 절반을 넘어설 것이며 신제품인 HBM3E도 내년 1분기부터는 시제품이 고객사에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MX는 내년에도 폴더블 스마트폰 흥행 기조를 이어간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폴더블 폼팩터를 스마트폰뿐 아니라 노트북, 태블릿PC 등에도 확대 적용해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우위를 공고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생성형 AI를 휴대폰, 가전 등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니엘 아라우조 MX 상무는 "폴더블폰 시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전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경기 변동 영향이 작기 때문에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통해 젊은 세대와 여성을 중심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스마트폰은 AI에 가장 중요한 접점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께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탑재된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