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전세 사기에 대해 "피해자 다수가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로 미래 세대를 약탈하는 악질적인 범죄"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전세 사기범 근절을 위해 국회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처리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다시는 힘없는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악질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검경은 전세사기범과 그 공범들을 지구 끝까지라도 추적해 반드시 처단해 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방지를 위한 '상생협력법' 처리 필요성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기술 탈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 구제 실효성을 보강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3배 이내로 규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을 5배까지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지금 당장 눈앞에서 도움을 기다리는 국민의 외침, 현장의 절규에 신속하게 응답하는 것보다 더 우선적인 일은 없다"며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에 대해 민생 현장 방문을 독려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더 민생 현장을 파고들 것이고 대통령실에서 직접 청취한 현장의 절규를 신속하게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국회에 제출할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심의했다. 다만, 국민연금 개혁에서 핵심인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수급 개시 연령 등 구체적 숫자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은 뒷받침할 근거나 사회적 합의 없이 숫자만 제시하는 것으로 결론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가 80여 차례 전문가 회의와 여론조사 등 충분한 자료 수집에 집중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연금개혁은 법률 개정으로 완성되는 만큼 정부는 국회의 개혁 방안 마련 과정과 공론화 추진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할 것"이라며 사실상 국회에 공을 넘겼다.
한편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31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5부 요인과 사전 환담에서 만난다. 지난해 대선 이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한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그간 공식 행사에서 짧은 조우만 반복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라며 "국회 지도자들을 만나면 목소리를 잘 경청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