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간 1인당 국민소득 규모가 2년간 주춤하면서 이탈리아를 비롯한 주요 7개국(G7)과 격차를 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원화 가치가 떨어진 데다 성장률 부진까지 겹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팬데믹 첫 해였던 2020년 한국이 이탈리아 국민소득을 잠시 넘어섰지만 현재로는 반등세가 요원한 가운데 성장률 개선 등이 변수로 꼽힌다.
30일 한국은행 '금융·경제 스냅샷' 서비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전년(3만5110달러) 대비 880달러 늘어난 3만5990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에는 3만3040달러 수준이었다. 해당 통계는 세계은행(WB) 기준으로, 각국 1인당 GNI 산출 과정에서 '아틀라스 산출법'에 따라 직전 3개년 평균 시장환율을 적용한 것이다.
특히 G7 가운데 가장 낮은 규모를 기록한 이탈리아 1인당 국민소득의 경우 한국보다 1710달러 높았다. 앞서 지난 2020년 당시 한국(3만340달러)은 이탈리아(3만2430달러)를 610달러 웃돌면서 역대 첫 1인당 GNI가 G7 국가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2021년 다시 이탈리아에 1020달러 뒤졌고 작년에는 그 격차가 확대됐다.
이처럼 한국과 이탈리아 간 국민소득 격차가 확대된 것은 환율, 성장률, 물가 영향에 따른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291.95원으로, 2021년 연평균(1144.42원)과 비교해 12.89% 절하(가치 하락)됐다. 이 기간 이탈리아가 사용하는 유로화 절하율은 10.97%(2021년 연평균 1.183달러/유로→2022년 연평균 1.053달러/유로)로 원화보다 낮았다. 경제 성장 측면에서도 이탈리아는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3.7% 상승해 한국(2.6%)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았다.
한편 올해 한국이 다시 이탈리아를 추월할 수 있을지 여부는 성장률이 관건으로 꼽힌다. 한국 경제가 환율·물가 변수를 상쇄하기 쉽지 않은 만큼 성장률을 중심으로 이탈리아보다 월등히 강해야만 재역전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올해 분기별 한국 경제 성장률(실질GDP 기준·전분기 대비)은 각 0.3%, 0.6%, 0.6%로 집계됐다. 이탈리아의 경우 1분기 성장률(0.6%)이 한국의 두 배였지만, 2분기 0.4% 수준으로 뒷걸음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