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산은)이 추진하는 주요 매각 작업이 외부 악재로 줄줄이 난항을 겪고 있다. 부실기업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까지 진행했지만, 이를 시장에 되팔지 못하면서 산은의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은 본점 부산 이전 이슈로 구성원 갈등이 커진 점도 매각 작업 난항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2일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HMM 등 KDB산업은행이 공을 들여온 굵직한 기업들에 대한 매각작업 진행이 순탄치 못하다. KDB생명보험 매각 불발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이나 HMM 등 매각도 무산되면 산은이 떠안게 되는 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 매출에서 21%를 차지하는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데 대한 반대 목소리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은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오는 30일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분리 매각 안건이 부결되는 경우 EU 경쟁당국의 결합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 HMM 매각도 본입찰에서 유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채권단이 약 1조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 주식 전환을 실행한 게 변수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영구채의 주식 전환이 발행주식량 증가로 이어져 인수하는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재 HMM 인수전에 도전장을 낸 LX·하림·동원그룹 등의 자금 동원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900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해운업 경기가 좋지 않다는 점 등이 매각작업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KDB산업은행이 추진하는 주요 매각이 차질을 빚으면서 산은이 떠안아야 할 유무형의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연이은 매각 실패가 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KDB산업은행의 자산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메가톤급 이슈에 내·외부 역량이 쏠리면서 매각 절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본점 이전 논의로 내부 구성원끼리 갈등이 커지면서 KDB산업은행 매각 역량이 한곳에 집중되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