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모자로 물든 광화문..."가을 품은 궁궐 풍경 감탄"
“사진을 찍었어요. 처마를 되게 좋아해서...”본지가 주최한 ‘청와대‧5대 궁궐 트레킹’에는 중국인 유학생 류가아(23) 씨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그는 조금 전 촬영한 사진을 건네 보이며, "푸른 하늘이 배경인 사진엔 처마 끝에 걸리 구름 한 점까지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창경궁 처마 지붕은 가을의 푸른 하늘에 걸쳐 있다"며 "가을 정취로 물든 궁궐 풍경에 감탄스러웠다"고 전했다.
창덕궁 돈화문에 입장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문 하나가 방문객을 반긴다. 문지방 너머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바람에 단풍이 나부끼는 소리가 온몸을 감싸는 이곳은 창경궁이다.
이날의 7번째 코스인 창경궁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연신 풍경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창경궁 명소로 꼽히는 춘당지에 앉아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던 중국 유학생 참가자 A씨는 “고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하이킹 코스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600명 규모의 하이킹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그는 "평소 서울 주변으로 하이킹을 자주 나갔지만, 이번 궁권 트레킹은 서울 시내 궁궐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고 했다.
창경궁을 방문한 참가자들은 오랜 인연과 소중한 추억을 쌓는 시간을 가졌다. 퇴직 후 삶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는 한 60대 부부 참가자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서로의 사진을 담아냈다. 평소 걷기를 좋아한다는 이들 부부는 고궁을 내려다보니 참 아름답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인연을 맺은 친구들과 함께 참여한 김기진(55) 씨는 “고궁 한두 군데는 다녀봤지만 이렇게 청와대까지 다 아우르는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감탄을 자아냈다. 내년에도 참가할 계획이라는 그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30년 넘은 우정이 빛을 발하는 순간도 있었다. 지난해 걷기 행사에 참여한 B씨는 이번엔 다른 친구들의 몫을 함께 예약했다. 고등학교 동창인 세 명의 참가자는 친구가 예약한 덕에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을 고궁 아니면 어디서 보겠나”라며 “왕들의 흔적을 느낄 기회”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연달아 참여 중인 참가자는 이 뿐 아니었다. 중국인 관광객 C씨도 일 년 전의 기억이 좋게 남아 다시 참가 의사를 밝혔다. 작년엔 날씨가 좀 더 따뜻했다고 회상하던 그는 친구들과 함께 산책하기 좋다고 생각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조금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작년과 다른 또 한 가지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열린 이번 행사엔 마스크를 쓴 참가자를 찾기가 힘들었다. 이들 또한 마스크를 벗고 다니니 공기가 참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고궁을 둘러보던 참가자들은 왕실의 희로애락을 피부로 느끼기도 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온 가족이 함께 행사에 참여한 강철원(17) 씨는 궁궐을 거닐며 왕들의 기분을 생각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큰 궐을 다니려면 좀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고즈넉한 궁은 때때로 역사적 아픔을 상기시켰다. 이번 기회에 창경궁에 올 수 있었다는 60대 부부는 과거 기억을 떠올리며 쓸쓸함을 전했다. “우리 어렸을 때 여긴 동물원이었다”며 “역사적 아픔을 딛고 이런 시대를 맞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전통과 문화의 숨결 느끼는 복된 시간 되실 것"
아주경제신문이 개최한 제2회 ‘청와대·서울 5대 궁궐 트레킹' 행사가 21일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오종석 아주경제 사장을 비롯,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김의승 서울시 행정부시장, 윤종복·임종국 서울시 의원과 함께 곡금생 주한 중국대사관 경제공사 등 각국 대사관 관계자와 가족, 그리고 서울시민과 국내외 관광객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 의원은 축사를 통해 “함께 즐길 서울 5대 궁궐 트레킹 행사를 준비해주신 아주경제 오종석 사장님과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종로는 서울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가 숨쉬는 현장이다. 서울 청와대와 5대 궁궐을 함께 걸으시면서 가을 정취를 만끽하시고 역사와 전통, 문화의 숨결을 느끼는 복되고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트레킹에 함께 참여한 김의송 서울시부시장도 축사를 통해 “좋은 가을날에 훌륭한 행사 준비를 해줘서 감사하다. 서울시는 최근 3000만명의 관광객을 모으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5대 궁궐 같은 관광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면서 “서울을 걷고 싶은 도시, 살 만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오늘 트레킹으로 서울의 매력과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시길 바란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한편 아주경제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서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문화·관광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서울 종로구 경희궁을 시작으로,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 청와대,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순으로 서울의 5대 궁궐과 청와대 곳곳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진다.
K-방산, 세계로 날다...세계 평화 이끄는 방산 비즈니스 열기
6·25 한국전쟁 당시 자력으로 국가를 지키지 못해 강대국의 무기 원조를 받던 '방위빈국' 대한민국이 180도 달라졌다. 오는 22일 폐막을 앞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이하 아덱스·ADEX) 2023'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한 한국 방위산업 기술력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외 34개국이 참여한 이번 행사에는 항공, 지상, 위성기술, 인공지능(AI) 등을 총망라하는 차세대 무기체계와 전투기술이 공개됐다.방위력은 스스로 싸울 수 있는 힘과 기술을 갖춰 전쟁을 억제하고, 세계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그런 의미에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초저출산시대를 맞아 갈수록 줄어드는 군 인력과 국방력 증대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필수적 과제다. 국내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을 비롯해 최근 폴란드·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에 성공한 FA-50, '미래형 장갑차' 레드백 등 전 세계 관람객들의 이목을 끈 행사장 곳곳을 취재했다.
19일 방문한 아덱스 행사장은 이른 아침부터 관람객들 발길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년마다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K-방산과 최신 항공우주 기술을 접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행사다. 올해는 국내 347개 업체, 해외 203개 업체 등 550개 관련기업과 2320여개 부스가 꾸려져 역대 최다 기업이 참가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에 30만명 이상이 방문해, 250억 달러(약 34조원) 이상의 수주고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전시회 테마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무인기술의 향연'이다. 각 업체마다 무인항공기, 무인전차, AI 등 유무인 복합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무기체계를 선보였다. 무인 기술은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군 유지비용과 운용 효율을 향상시키는 핵심 키워드다. 미래 항공우주기술이 전쟁이 아닌 도심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지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화그룹은 육·해·공·우주 통합방위기술을 구현해 관람객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과 꾸린 통합 전시관(1140㎡)에는 한화가 독자개발한 소형무장헬기(LAH) 엔진을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에 참여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모형이 전시됐다. 한화 관계자는 "누리호는 세계에서 7번째로 우주 독자 기술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4차 발사에서 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최선의 기술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차세대 공중 전투체계에 적합한 신기술을 '뉴 에어로스페이스(New Aerospace)'를 공개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미래전장 초연결 플랫폼이다. 대형스크린에서 KF-21 무인기 복합편대와 LAH 소형무장헬기, MAH 상륙공격헬기 등 유·무인 체계가 초연결되는 미래 공중전투체계 소개 영상이 나오자 관람객들은 함성을 질렀다. VR 고글을 활용한 KF-21 정비체험과 KF-21, FA-50 조종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현대로템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 중인 30톤급 차륜형장갑차 실물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미래무인체계를 민간용 기술로 재해석한 '유팟(U-POD)'도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장 관계자는 "원격 및 자율주행 기능을 갖춰 스스로 화물을 싣고 이동해 내릴 수 있다"면서 "군용 무인차량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물류를 비롯해 푸드트럭, 폐기물 수거 차량 등 민간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이번 전시장에서 '수소연료전지 군용 드론 콘셉트'를 공개했다. 군수 지원, 정찰, 감시 등 여러 임무 수행이 가능한 무인 드론으로,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이 집약된 수소연료전지와 경량화 기체를 활용해 개발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UAM 독립법인인 슈퍼널도 2028년 시장 론칭을 목표로 개발 중인 신형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기체의 인테리어 콘셉트 모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대형 디지털 스크린이 설치된 부스는 관람객이 UAM을 타고 실제 비행하는 느낌을 구현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영상 체험존을 통해 UAM이 미래 교통 체계에 불러올 변화도 체감 가능했다.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한국 방위산업 기술력이 기대 이상'이라는 데 공감했다. 공군 김모씨(특수임무비행단 소속·23)는 "현장에 와보니 한국 전투기가 꽤 강력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25)씨는 "위성을 활용해 지상공격을 감시할 수 있는 '한국형 아이언돔' 기술을 직관(직접관람)하고 싶어서 왔다"면서 "개인휴대 전투드론 등 신형무기체계가 인상 깊었고, 각국에서 온 바이어도 생각보다 많아 'K-국방' 기술에 대한 자긍심이 차올랐다"고 말했다.
참여기업들의 호응도 높았다. 비행기 수출업체 A사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사태 등으로 올해는 중동권 국가의 바이어들이 유독 많이 방문했다"면서 "앞으로는 대형 플랫폼보다는 소형 플랫폼이나 무인기의 대형화 기술 등이 트렌드로 자리 잡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장갑차를 주력으로 수출하는 B업체 관계자는 "올해 5번째 참석인데 2년 전보다 관람객이 배 이상 늘었고, 방문국도 다변화된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면서 "중동과 동남아 국가에서 기술에 호의를 보이는 곳이 있어 수주성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