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 당시 자력으로 국가를 지키지 못해 강대국의 무기 원조를 받던 '방위빈국' 대한민국이 180도 달라졌다. 오는 22일 폐막을 앞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이하 아덱스·ADEX) 2023'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한 한국 방위산업 기술력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외 34개국이 참여한 이번 행사에는 항공, 지상, 위성기술, 인공지능(AI) 등을 총망라하는 차세대 무기체계와 전투기술이 공개됐다.
방위력은 스스로 싸울 수 있는 힘과 기술을 갖춰 전쟁을 억제하고, 세계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그런 의미에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초저출산시대를 맞아 갈수록 줄어드는 군 인력과 국방력 증대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필수적 과제다. 국내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을 비롯해 최근 폴란드·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에 성공한 FA-50, '미래형 장갑차' 레드백 등 전 세계 관람객들의 이목을 끈 행사장 곳곳을 취재했다.
방위력은 스스로 싸울 수 있는 힘과 기술을 갖춰 전쟁을 억제하고, 세계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그런 의미에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초저출산시대를 맞아 갈수록 줄어드는 군 인력과 국방력 증대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필수적 과제다. 국내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을 비롯해 최근 폴란드·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에 성공한 FA-50, '미래형 장갑차' 레드백 등 전 세계 관람객들의 이목을 끈 행사장 곳곳을 취재했다.
◆무인기술의 향연...육로, 하늘, 우주까지 책임지는 K-방산
올해 전시회 테마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무인기술의 향연'이다. 각 업체마다 무인항공기, 무인전차, AI 등 유무인 복합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무기체계를 선보였다. 무인 기술은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군 유지비용과 운용 효율을 향상시키는 핵심 키워드다. 미래 항공우주기술이 전쟁이 아닌 도심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지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화그룹은 육·해·공·우주 통합방위기술을 구현해 관람객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과 꾸린 통합 전시관(1140㎡)에는 한화가 독자개발한 소형무장헬기(LAH) 엔진을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에 참여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모형이 전시됐다. 한화 관계자는 "누리호는 세계에서 7번째로 우주 독자 기술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4차 발사에서 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최선의 기술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차세대 공중 전투체계에 적합한 신기술을 '뉴 에어로스페이스(New Aerospace)'를 공개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미래전장 초연결 플랫폼이다. 대형스크린에서 KF-21 무인기 복합편대와 LAH 소형무장헬기, MAH 상륙공격헬기 등 유·무인 체계가 초연결되는 미래 공중전투체계 소개 영상이 나오자 관람객들은 함성을 질렀다. VR 고글을 활용한 KF-21 정비체험과 KF-21, FA-50 조종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현대로템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 중인 30톤급 차륜형장갑차 실물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미래무인체계를 민간용 기술로 재해석한 '유팟(U-POD)'도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장 관계자는 "원격 및 자율주행 기능을 갖춰 스스로 화물을 싣고 이동해 내릴 수 있다"면서 "군용 무인차량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물류를 비롯해 푸드트럭, 폐기물 수거 차량 등 민간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 교통체계는 어떻게 변할까?...수소 군용드론, UAM 등도 관심
기아는 이번 전시장에서 '수소연료전지 군용 드론 콘셉트'를 공개했다. 군수 지원, 정찰, 감시 등 여러 임무 수행이 가능한 무인 드론으로,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이 집약된 수소연료전지와 경량화 기체를 활용해 개발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UAM 독립법인인 슈퍼널도 2028년 시장 론칭을 목표로 개발 중인 신형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기체의 인테리어 콘셉트 모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대형 디지털 스크린이 설치된 부스는 관람객이 UAM을 타고 실제 비행하는 느낌을 구현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영상 체험존을 통해 UAM이 미래 교통 체계에 불러올 변화도 체감 가능했다.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한국 방위산업 기술력이 기대 이상'이라는 데 공감했다. 공군 김모씨(특수임무비행단 소속·23)는 "현장에 와보니 한국 전투기가 꽤 강력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25)씨는 "위성을 활용해 지상공격을 감시할 수 있는 '한국형 아이언돔' 기술을 직관(직접관람)하고 싶어서 왔다"면서 "개인휴대 전투드론 등 신형무기체계가 인상 깊었고, 각국에서 온 바이어도 생각보다 많아 'K-국방' 기술에 대한 자긍심이 차올랐다"고 말했다.
참여기업들의 호응도 높았다. 비행기 수출업체 A사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사태 등으로 올해는 중동권 국가의 바이어들이 유독 많이 방문했다"면서 "앞으로는 대형 플랫폼보다는 소형 플랫폼이나 무인기의 대형화 기술 등이 트렌드로 자리 잡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장갑차를 주력으로 수출하는 B업체 관계자는 "올해 5번째 참석인데 2년 전보다 관람객이 배 이상 늘었고, 방문국도 다변화된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면서 "중동과 동남아 국가에서 기술에 호의를 보이는 곳이 있어 수주성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