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부 관계자 의견을 종합하면 정부는 오는 19일 의대 정원 확대 폭과 일정 등의 발표를 늦추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과 의지를 계속 피력하고 있다. 의료계와의 협의를 계속하면서 연말까지 시간을 두고 논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정부는 전국 40개 의과대학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사인력전문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의사 수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발표를 늦춘 것은 정부 내에서도 의대정원 확대 방식과 대상 등 세부 내용을 두고 의료계와 더욱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또 무리하게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발표를 밀어붙일 경우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 의대 정원 확대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올해 연말까지 의료계와 협의를 마치고 정원 확대 규모와 방안 등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검토하는 안 중에는 전년 대비 확대 폭을 순차적으로 늘려 이번 정부 내에 최대 3000명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등이 지난 6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함께 개최한 포럼에서 의사 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큰 폭의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삼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국립대 의대와 정원 규모가 작은 지방의 '미니 의대' 중심으로 증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의사 단체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 앞서 "정부가 지난 2020년 9·4 의정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한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강행하고 있다"면서 "14만 의사들과 2만 의대생들은 3년 전보다 더욱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단체도 이날 오전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증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강력 반발했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필수의료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의대 정원과 관련해 우호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무능·무책임·무대책의 '3무 정권'이 드디어 좋은 일을 하나 하려는가 보다"면서 정부 정책에 대해 적극 환영했다. 지자체와 시민단체 역시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 환영 의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