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인사를 앞둔 유통기업들이 원포인트 발탁 인사를 실시하고 있다.
옛 CEO를 역임했던 '올드 보이'의 귀환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 부진과 실적 악화로 이중고를 겪는 기업들이 경험과 연륜을 갖춘 '믿을 맨'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SPC그룹, 교촌치킨은 최근 새로운 CEO를 선임하는 내용의 ‘핀셋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그룹의 패션 계열사 롯데지에프알(GFR)은 전날 공시를 통해 CEO 교체 사실을 알렸다. 롯데지에프알은 지난달 4일 신민욱 프라다코리아 리테일 디렉터를 새 CEO로 선임했다. 신민욱 신임 대표는 롯데지에프알 사내이사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신 대표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패션부문) 해외상품사업부 팀장, 한섬 해외패션사업부 상무를 거치며 20년 이상 패션 현장을 경험한 '패션통'이다. 기존 이재옥 롯데지에프알 대표는 롯데그룹 유통군HQ(헤드쿼터)로 자리를 옮겼고 사내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SPC는 지난달 중순께 양산 빵 계열사인 샤니 신임 대표에 박해만 생산총괄본부장을 임명했다. 박해만 신임 대표는 2018년 샤니 대표에서 물러난 지 5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게 됐다. 박 대표는 지난 8월 샤니 공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 SPC삼립에서 샤니 생산총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한 달 만에 CEO로 승진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박 대표를 '소방수'로 발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엔비도 ‘올드 보이’를 재소환했다. 교촌에프앤비는 11년 전인 2012년에 회사를 떠난 송종화 전 사장을 부회장으로 지난달 20일 컴백시켰다. 송 부회장은 미국, 중국 등 해외 진출을 주도하고 '허니 시리즈'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통상 4분기는 정기 임원인사 시즌으로 여겨진다. 특히 롯데그룹은 이르면 이달 말 '조기 인사설'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원포인트 인사를 내는 것은 그만큼 현재 경영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대론 안 된다"는 오너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인 셈이다.
롯데지에프알과 교촌이 '경영진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은 실적 악화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롯데지에프알은 2018년 출범 이후 5년째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영업손실액은 설립 첫해인 2018년 104억원에서 지난해 194억원으로 94억원 불었다.
교촌의 경영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매출액은 5175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78.4%나 급감했다. 작년 10년 넘게 지켜오던 국내 치킨 브랜드 1위 자리도 실적 악화로 bhc치킨에게 내줬다. SPC는 계열사 SPL과 샤니 등 공장 등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최대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비알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3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은 기업의 총수들이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를 찾아 원포인트 인사를 내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특히 경험과 연륜이 있는 인재를 발탁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안정적으로 조직을 꾸릴 살림꾼을 찾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