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한다. 또 부동산 공시가격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주택 실명제'를 도입하고, 아파트의 층과 향, 조망, 소음 등에 등급을 매겨 공개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공시제도 개선방안'이 지난 13일 개최된 중앙부동산공시가격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됐다고 15일 밝혔다.
공시가격제도는 1989년 도입 이후 조세, 건보료, 부담금, 복지제도, 토지보상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산정근거 미공개와 외부 검증 미흡 등의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다. 이에 국토부는 국정과제로 부동산 공시제도 개선을 추진했으며, 전문가 및 유관기관과의 수차례 논의 끝에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광역 지자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해 정부가 수행하는 부동산 가격 산정 과정 전반을 지자체가 상시 검증한다.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한국부동산원이, 표준지(토지)는 감정평가사가 조사·산정을 맡는다. 개별 단독주택과 개별 토지 공시가격은 표준주택 ·표준지 가격을 토대로 지자체가 산정하고 있다.
공시가격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선수'와 '심판'도 분리한다. 지금은 부동산원이 주택 공시가격을 조사·산정하고, 검증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지자체 공시가격 검증센터에 이의 신청에 대한 1차 검토 권한을 부여하고,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가 심의하도록 절차를 변경했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아파트의 층, 향, 조망 등 가격 결정 요인에 등급을 매겨 단계적으로 공개한다. 같은 아파트 단지임에도 공시가격 편차가 너무 크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내년 상반기에 등급화가 상대적으로 쉬운 층(최대 7등급)·향별(8방향) 등급부터 먼저 공개한다. 조망(도시·숲·강·기타 등)과 소음(강·중·약) 등 조사자 주관이 적용되는 항목에 대해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2026년까지 등급 공개를 추진한다.
또 내년 상반기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에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조사한 부동산원 담당 직원 이름과 연락처를 공개하는 실명제를 운영한다. 기존에는 표준부동산 소유자가 공시가격을 열람할 때만 볼 수 있었던 정보를 이번에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확대해 '책임 있는 가격산정'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공시가격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공시가격 기초 자료 보강에도 나선다. 우선 지자체가 직접 주택의 층, 면적, 구조 등 물리적 특성의 변화를 갱신하는 '과세대장'을 공시가격 산정에 활용하기로 했다.
조사자에게는 현황과 건축물대장 등의 기록이 일치하는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도록 해 현장조사 내실화를 꾀한다. 아울러 올해부터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인력을 지난해 기준 520명에서 650명으로 25% 늘리고, 2025년까지 690명으로 33% 확대할 계획이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개선 방안을 통해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한층 더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