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반도체 산업의 수요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위기 극복 키워드로 ‘초격차’, ‘초기술’ 키워드를 나란히 띄워 눈길을 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복합위기의 상황을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극복해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14일 반도체업계는 생성형 AI(인공지능), 챗GPT 등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까지 5세대 기술인 HBM(광대역폭메모리)4 개발에 성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고난도의 실리콘관통전극(TSV)방식으로 쌓아올려 용량과 성능을 높인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HBM4 적용을 위해 고온 열특성에 최적화된 NCF(비전도성접착필름)조립 기술과 HCB(하이브리드본딩)기술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첨단 패키지 기술 강화 및 사업부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AVP(Advanced Package)사업팀도 출범시켰다. HBM과 함께 2.5차원, 3차원 첨단 패키지 솔루션을 포함한 첨단 맞춤형 턴키 패키징 서비스를 제공해 AI·HPC(고성능 컴퓨팅) 시대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스템 성능 개선을 위해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CXL D램에서 PIM(지능형반도체) 구조를 구성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황 부사장은 “챗GPT와 같이 수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응용에서 메모리 병목현상은 특히 치명적”이라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8년 세계 최초로 메모리 내에서 연산이 가능하고,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가진 HBM-PIM을 개발한 뒤 꾸준히 성능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D램 시장의 큰 변곡점이 될 10나노 이하 공정을 기반으로 AI 시대에 세상이 원하는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핵심 경쟁력으로 ‘초기술’을 키워드로 꼽았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는 지난 11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클라우드와 생성형 AI 산업은 앞으로 데이터 증가를 가속화할 것이며, 이에 따라 데이터 처리와 저장을 담당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며 “메모리 기업들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초기술이 기반이 된 ‘굿 메모리(Good Memory)’를 지속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추구하는 초기술의 3가지 방향은 ‘ETA’다. ETA란 환경(Environment), 첨단기술(Technology) 응용(Application)의 약자다.
곽 사장은 “지구 곳곳에서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친환경 반도체 생산과 저전력 솔루션 제품 확대에 힘쓰고 있다”며 “아울러 대용량·초고속·저전력 기반의 신뢰성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D램은 공정 미세화와 함께 3D D램 기술 도입을, 낸드는 데이터 저장 방식을 TLC·QLC·PLC 등 다중으로 전환하는 방식 등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컴퓨팅 환경 변화가 빠르게 이뤄져 시장에서는 일부 성능에 특화한 메모리 반도체를 요구한다”며 “SK하이닉스는 지난 10여년 동안 HBM을 준비해 왔듯 제2, 제3의 HBM 역할을 할 수 있는 PIM, CXL 기반 이머징 메모리 등 기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