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 크기의 위성으로 우주에서 지구촌 곳곳을 세세히 들여다보는 시대가 왔다. 소형위성으로 군집을 형성하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실시간 기후변화 및 재난재해 대응, 초고속 우주인터넷 등 전 지구적인 문제를 다룰 수 있다. 이처럼 군집 솔루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500개 이상의 위성을 고도 500~1,000㎞ 위치에 정확하게 배치해야 한다. 재빠른 운반이 중요한 까닭은 위성의 수명이 3~5년으로 짧기 때문이다. 먼저 도착한 위성과 나중에 도착한 위성의 시차가 길면 수명이 끝난 위성으로 인해 군집을 형성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도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처럼 감시, 정찰, 통신용 소형위성 군집 솔루션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 첫걸음으로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민간 기업의 큐브 위성 3기 그리고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 4기가 누리호 3차 발사에 실렸다. 2026년 이후에는 누리호 5차와 6차 발사를 통해 초소형위성 총 10기가 발사될 예정이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위성발사 이외에도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와 같은 소형위성 전용 발사체 개발 기업이 등장했다. 이들은 혁신 기술과 빠른 개발로 비용을 낮추어 상업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창립 후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위성을 궤도에 투입한 실적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발사 서비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스페이스X의 중형발사체 팰콘9이 함께타기(Rideshare) 프로그램을 통해 다수의 소형위성을 수송 중이다. 이들의 Rideshare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8번의 발사를 제공하였다. 이 서비스는 정해진 노선을 따른다는 점과 공간이 다 차지 않아도 때가 되면 떠난다는 점에서 고속버스와 유사하다. 또한 단체탑승을 위한 것인 만큼 개인이 선호하는 시기에 필요한 목적지로 데려다주길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군집운용을 목표로 하는 소형위성은 원하는 시점에 목표 궤도에 도달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북극과 남극 근방을 통과하는 극궤도를 이용하므로 한반도 위를 통과하는 시각과 이때 태양과의 상대 위치가 알맞아야 한다. 국내 소형위성 업체가 스페이스X를 이용하고 싶어도 이 시기에 특정 위치로 향하는 팰콘 9의 발사 서비스가 없으면 원하는 성능의 소형위성 투입이 불가능하다. 소형위성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250㎏급 위성은 자체 추진력으로 궤도 변경이 가능하여 함께타기로 수송 니즈의 일부를 충족할 수 있다. 문제는 20㎏급 초소형 큐브위성이다. 이들은 궤도 유지나 변경을 위한 자체 추진력이 없거나 미약하고 정확한 항행 능력이 없어서 우주에서 분실될 위험마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궤도 간 수송선 (OTV, Orbital Transfer Vehicle) 개념이 제안되고 있지만, 아직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있을 때 고속버스만 이동 수단으로 고려할 수 없듯이, 우주 수송도 고객의 니즈에 맞게 다양한 체급의 발사체가 필요하다.
현재 우주경제를 실현 중인 미국, 중국, 유럽, 일본, 인도 등 주요국의 소형위성 발사 추세를 살펴보면 가까운 미래의 발사 서비스 시장을 파악할 수 있다. 상업화에 성공한 미국의 소형발사체 기업 로켓랩은 당초 목표인 주 1회 발사 대신 월 1회를 유지하고 있다. 이마저도 미국 정부의 수요 충족을 최우선으로 삼기에 적시에 이용 가능한 상업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 파이어플라이는 24시간 내 2회 신속 발사 능력을 시연하여 미군을 고정고객으로 확보하였으나, 국방 서비스에 치중하여 민간에서 사용할 기회는 줄어들었다. 미국 다음으로 발사가 활발한 국가는 중국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국영기업으로 해외 위성을 위한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유럽의 고체 연료 기반 소형발사체 베가C는 연이은 실패를 겪었다. 유럽의 뉴스페이스 기업 역시 소형발사체를 개발 중이지만 아직까지 시험비행에 성공한 곳이 없다. 은퇴한 아리안 5 발사체, 유럽의 차세대 발사체인 아리안 6의 개발 지연, 불안정한 베가 발사체로 인해 현재 발사 수단이 없어진 유럽 위성 업계는 다른 나라 발사체 사용을 모색하고 동시에 민간 소형발사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OTV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969년 미국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일본은 이후 성능과 품질 면에서 최고의 발사체를 만들었지만, 발사 가격이 매우 높아 소형위성 발사에 활용하기 어렵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의 차세대발사체 H-Ⅲ의 개발을 추진했으나, 시험비행을 완수하지 못하고 실패하였으며, 고체 소형발사체 앱실론(Epsilon)도 반복되는 발사 실패와 고비용으로 인해 소형위성 발사 서비스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와의 협력과 정부 지원을 토대로 PSLV, GSLV, SSLV 등 여러 체급의 발사체를 두루 갖추었다. 곧 본격적으로 상업 발사 서비스 시장 진출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현재는 국가 임무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위성의 발사 수요가 늘어난 반면 발사 기회는 여전히 부족하다. 전 세계 발사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스페이스X의 함께타기를 이용하려면 값비싼 위성분리 장치가 필요하고 수개월 전에 인터페이스 개발을 마쳐야 해 적시성이 떨어진다. 소형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에게는 바로 지금이 상용 발사시장 진입의 골든타임이다. 이런 관점에서 2023년 발사에 성공하고 저궤도 1.5톤의 탑재 성능을 갖춘 누리호는 시기나 성능 면에서 적절하다. 그럼에도 영국의 발사 중계업체 CST(Commercial Space Technologies)는 누리호가 정부 주도로 개발된 발사체이며 상업 발사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2023년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통해 자력발사를 이뤄낸 한국형발사체를 고도화 하는 사업과 달착륙 및 화성탐사를 실현하려는 차세대발사체 사업을 전략으로 제시했다. 또한 2021년 미사일 지침 해지를 계기로 고체 연료 기반 소형발사체 사업에 착수하여 우리나라도 해외 선진국과 같이 다양한 체급의 발사체를 동시에 갖춰나가고 있다. 이러한 전략과 계획에도 불구하고 이들 발사체가 성능 위주로 개발되어 수백 개의 소형위성 군집에 필요한 천문학적 발사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경제적인 심우주 탐사를 계획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즉, 유럽과 일본처럼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장소로 보낼 만큼 소형위성의 발사 빈도와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 민간에서는 발 빠르게 경제적인 발사체 패밀리를 개발하고 국가는 발사 수요 창출이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NASA는 COTS(Commercial Orbital Transportation Services) 사업을 통해 스페이스X와 고정가격 계약을 맺고 팰콘9의 개발을 지원했다. 이후 CRS(Commercial Resupply Services) 사업을 통해 수송 서비스를 민간으로부터 구매함으로써 민간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국내 소형위성 발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지금이야말로 기업이 자체 로드맵에 따라 사업 모델과 투자금을 유치하고 소형발사체 개발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발사수요를 보장하는 한국형 COTS 사업을 시작할 적기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2013년 나로호를 통해 소형발사체 전용 발사장을 나로우주센터에 확보했고 누리호에 사용한 75톤급 1단 엔진으로 액체 연료 기반 소형발사체를 구성하여 2018년 고도 200㎞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후 시험발사체에 고성능 상단을 구성하여 5년 이내에 소형위성 발사 서비스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현재는 이 방향으로 가던 움직임이 멈추었다. 제4차 기본계획이 자력탐사를 위한 성능확장과 발사체 기술이전을 통한 산업화라는 성격이 판이한 양끝 단을 동시에 추구하다 보니, 실리적 이익이 기대되는 소형발사체 시장진입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생겼다. 시장 선점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누리호 기술을 연계·확장하여 2단형 액체 소형발사체를 확보하려던 기존 계획을 부활시키는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민간 기업이 누리호 개량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하고, 기존 인프라를 활용, 경쟁력 있는 액체 소형발사체의 발사 기회를 확보하는 동시에 차세대발사체로 재사용기술 개발 전략을 실현하면 10년 이내에 대한민국은 아시아 우주수송의 허브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이기주 필자 주요 이력
▲미국 메릴랜드대 박사 ▲전 미국 올드도미니언 대학의 항공우주공학과 조교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나로호 10년 누리호 10년 개발한 연구원으로서 격하게 공감합니다~ 300~800키로 정도를 500키로미터 궤도에 올리는 소형액체발사체 사업이 시작되길 정부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