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신시장 유세 현장에서 터진 주민들의 불만과 쓴소리는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자의 귀에 닿지 않았다. 후보자가 경청해야 할 '지역 민심'은 지지자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에 파묻혔다. 심지어 유권자와 시비가 붙은 지지자도 있었다. '시끄러운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주민들의 손가락질과 욕설만 남아 있었다.
국민의힘을 향한 유권자의 시선은 재보궐 선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차갑게 느껴진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텃밭'이라는 자만심에 빠져 선거에서 이긴 마냥 방심하고 있다. 지금의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와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구름 위를 걷고 있다. 이들이 유세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민심이 아닌 팬심이었을까.
기자는 선거가 본격화되기 전 양당에서 내세운 '선수'들의 포부를 듣기 위해 두 후보와 각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선거 공약으로 '고도제한 완화'와 '모아타운' 사업 추진을 내걸며 지역 발전에만 신경 쓰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가 '윤석열·문재인 대리전' 구도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강하게 반대하며 정치적 발언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진 후보 역시 '검·경 대결 프레임'을 내세우기보다는 민심을 최대한 살피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역 현안을 점검하고 후보자의 능력을 검증해야 하는 자리는 양당 지도부의 리더십과 당력을 과시하는 시험대로 변질됐다. 여야는 추석 연휴부터 열띤 유세를 펼치면서 표심을 공략했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일침은 날카로웠다. 방신시장의 유권자들은 재보선의 빌미를 제공한 김 후보에게 실망감을 드러내며 불만을 내비쳤다. 전략공천으로 후보가 된 진 후보의 능력을 의심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양당에게 있어 강서구 보선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가 됐다. 오는 11일 승리의 여신은 과연 누구에게 미소 지을까. 강서구민께서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바랄 뿐이다. 표심을 공략하려면 남은 선거를 조용히 치르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