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가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여권인 국민의힘이 민생을 위한 협치를 외면한 채 힘겨루기에만 몰두하면서 국민들이 기존 정치권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탓이다. 기존 정치 세력과 구도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틈이 생기자 제3지대론이 슬그머니 힘을 얻고 있다. 과거에도 양당 체제가 흔들리거나 민심 이반시 제3지대론은 등장했다. 정치권에서 제3정당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거대양당 체제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새로운 당 출범을 내세우는 정치인들은 꽤 있다. '한국의 희망' 양향자 무소속 의원과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창당을 예고했다.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장혜영 의원은 당내 의견그룹 '세번째 권력'을 만들어 쇄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블레어가 추진한 제3의 길은 경제를 가장 중시한 모델이다. 시장경제와 유럽의 전통적인 복지국가 모델을 결합했다. 블레어의 집권 기간 동안 영국의 일자리는 70만개가 창출됐고 취업률은 75%대까지 올랐다. 7.5%의 실업률도 10년 동안 4~5%대로 내렸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2.8%를 기록했다. 당시 40대의 젊은 총리였던 블레어는 노동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 노동당은 보수당에 대응할 만한 거대 정당으로 성장했다.
과거 한국 정치에서 제3당이 번번이 실패했던 것도 정책과 비전의 부재 때문이다. 대통령 권력을 잡기 위해 급조한 정당들은 어김없이 낙선 이후 쇠락의 길을 반복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1992년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해 통일국민당을 만들었지만 대선을 기점으로 추락했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안철수 의원(현 국민의힘 소속)이 창당한 국민의당이 있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38석을 획득해 원내 제3당으로 등극했지만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이후 존재감을 잃었다.
여의도 정가에 활력을 불어 넣을 새로운 인물이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바램이라고 할 수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슬프다. 국민들이 맘을 기댈 정치인이 없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치 세력을 꿈꾸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민심을 읽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 자리를 차지하고, 권력을 탐내기에 앞서 국민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먼저 헤아려야만 한다.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국회의원도, 대통령 자리도 차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