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국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겹쳐 우려를 낳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명목임금(월평균 임금 총액) 인상률을 웃돌며 실질소득 감소에 시달리는 서민 가계는 지난해의 '난방비 악몽'이 재연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물가 못 따라가는 월급…홀쭉해진 서민 지갑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지난 6월과 7월 2%대 상승률을 보이다가 다시 3%대로 올라섰다. 9~10월까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근로자 월급이 늘기는 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8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올 1~7월 국내 근로자의 명목임금은 394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8만5000원) 증가했다.
물가 상승률이 임금 인상률을 뛰어넘는다는 게 문제다. 물가 수준을 반영한 월평균 실질임금은 355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1.5%(5만3000원) 감소했다. 월별 실질임금은 지난 3월 이후 5개월째 감소하는 중이다. 서민들의 삶의 질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제 에너지價 고공행진...올겨울 난방비 어쩌나
거침없이 치솟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서민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소비가 많은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는 이미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 유가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4분기에는 휘발유와 경유 등 각종 유류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악재는 대표적 난방용 연료인 LNG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기준 LNG 수입가는 t당 1035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이던 지난 1월(1138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달 호주 LNG 플랜트 파업 우려에 가격이 더 뛰었다. 일단 파업 중단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동절기 LNG 가격을 자극할 변수는 산적해 있다.
겨울 난방 수요 대응을 위해 유럽이 대규모 LNG 사재기에 돌입하면 그 불똥이 한국으로 튈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도 지켜봐야 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상황에서 도시가스 비용을 부담해야 할 서민들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겨울철을 앞둔 국제 LNG 가격 상승세는 우리나라 도시가스 요금 급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의 상황이 계속될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받아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