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찾아온 스티키 인플레이션을 두고 당분간 고금리·고물가 환경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연내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 완화를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는 과도한 낙관론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는 높아진 금리와 물가 환경에 따른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2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태평양금융포럼(APFF)'에서 김형렬 교보증권 센터장은 "우리가 고금리 시대를 살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높은 물가 환경이 지속된다면 저성장·저금리 시대의 투자방식에서 변화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현재 달러의 구조적 약세에 베팅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달러의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일시적인 달러화 약세 환경에 최대한 활용하되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 시스템 리스크의 등장 유무, 외국인 자본 이탈, 지정학적 위험 등 달러화 강세 신호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인플레이션 시대인 1970년대, 1980년대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 12배라는 낮은 멀티플을 받아왔다"며 "고물가 디스카운트를 받는 건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현재의 인플레이션 시대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투자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봤다. 생산과 유통에 대한 혁신, 물류·재고 관리 등의 효율화 등이다.
그는 "저금리 시대는 금리 외에 추가 수익에 대한 목표가 분명했고, 일정 수준의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초과수익을 위한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이 당연했다"며 "현재의 인플레이션 환경이 바뀌지 않아 고금리 환경이 지속된다면 우리가 투자하는 자산의 기대수익에 대해서도 조정을 해야 할 필요가 크다"고 짚었다.
이어 "고물가 환경에서 디스카운트가 적용된 자산시장에선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자산에 대한 보유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며 "롱 포지션, 장기 투자에 대한 플랜이 오히려 꺼려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0년 이후 한국 물가 분위별 구간에 따라 코스피와 코스닥 평균 수익률을 집계해 보면 3% 이상 높은 물가 환경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위험자산인 주식수익률이 크게 부진했다.
김 센터장은 "물가를 억제하기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이 경기하방 압력을 높이고 주식투자에대한 매력을 저하시킨 영향으로 해석된다"며 "한국 자산시장에서는 균형적인 물가환경에서 가장 투자성과가 좋다는 점도 기억해 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나타난 탈(脫)중국으로 인한 규제 장벽과 보호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패시브 의존도가 높았다면 단기적으로 액티브 환경에 대한 전환을 준비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