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떼먹은 '악성 임대인' 334명의 보증금 규모가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급등의 기회를 노려 세입자를 울린 악성 임대인 규모도 6개월 만에 100명 이상 늘었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HUG의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악성 임대인)는 올해 6월 말 기준 334명이다. 지난해 말에는 233명이 이 명단에 올랐지만 6개월 만에 101명이 늘었다.
HUG는 전세금을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사람을 일종의 '블랙리스트'인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로 올려 관리한다.
올 상반기 악성 임대인이 일으킨 보증 사고는 다세대 주택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다세대 주택 보증 사고는 1198건, 2147억원 규모로 악성 임대인 전체 보증 사고(2443건) 전체의 49%(건수 기준)를 차지했다.
이어 오피스텔 보증 사고가 1056건으로 43%를 차지했다. 다만 사고 금액은 2253억원으로 다세대 주택보다 많았다.
전체 사고 비중 가운데 미미하긴 하지만 악성 임대인의 아파트 보증 사고도 해마다 늘고 있다.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사고는 2019년 42건에서 2020년 152건, 2021년 251건, 2022년 211건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사고 건수는 145건으로 집계됐다.
맹성규 의원은 "악성 임대인의 빠른 증가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를 통한 피해 예방은 물론, 악성 임대인에 대한 구상권 청구 방안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등 강력한 제재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