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이날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주요 혐의에 대해서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성남도개공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따를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제1야당 대표로 유력 정치인 신분인 만큼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고, 혐의 전반에 대해 다툴 여지가 높아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판부에 적극 소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관계 없이 이 대표에 대한 불구속 기소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내용이 기각 사유에 담기면서 검찰 수사의 정당성마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영장 기각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백현동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물론 현재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쌍방울 쪼개기 후원금’ 의혹과 ‘정자동 호텔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도 결국 ‘정치 수사’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판 중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 답보 상태인 ‘428억원 약정’ 의혹 수사도 수사 동력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날 오전 3시 50분쯤 서울구치소에서 나온 이 대표는 "늦은 시간에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 그리고 아직 잠 못 이루고 이 장면을 지켜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 먼저 감사드린다. 역시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 나라 미래에 도움 되는 존재가 되기를 정부 여당에도, 정치권 모두에도 부탁드린다"면서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굳건하게 지켜주시고 현명한 판단해주신 사법부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