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SKT)이 자체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에이닷X(A.X)'와 AI 피라미드 전략을 공개하며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회사는 "AI 관련 투자 비중을 전체 자본적 지출(CAPEX)의 12%에서 33%로 약 3배 확대하겠다"며 "이를 통해 지난해 매출 17조원 가운데 약 9% 수준(약 1.53조원)이었던 AI 관련 매출을 2028년 9조원(예상매출 25조원의 36%)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AI 피라미드는 경쟁사의 'AI 풀스택' 전략에 대응하기 유영상 SKT 대표가 직접 고안한 전략이다. AI 풀스택은 기업이 AI 서비스를 개발·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는 기술적 전략인 반면 AI 피라미드는 AI 서비스에 필요한 포트폴리오(자산)를 토대로 외부 사업에 나서는 비즈니스 전략이다.
AI 피라미드의 근간이 되는 AI 인프라는 △AI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멀티 언어모델(LLM) 등으로 구성돼 있다.
AI 시장 발전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SKT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 조직인 SKT엔터프라이즈와 자회사 SK브로드밴드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확충에 나선다. 올해 100MW(메가와트) 규모에서 2030년까지 207MW 규모로 데이터센터 용량을 2배 이상 확대한다. 이를 위한 부지와 전력도 이미 확보했다.
AI 반도체는 자회사 사피온을 통해 전 세계 시장 1위인 미국 엔비디아와 경쟁한다. 올해 11월 차세대 AI 반도체 X330 시리즈를 공개하며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자율자동차와 사물인터넷 시장도 공략한다. 데이터센터 액침냉각과 수소 연료전지에 사피온 AI 반도체 및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메모리) 등을 결합한 AI 호스팅 사업도 적극 전개할 방침이다.
SKT는 이날 자사의 초거대 AI 모델을 '에이닷X LLM'으로 확정했다. 에이닷X LLM은 한국어에 특화한 초거대 데이터로 학습해 사투리나 한국어 문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외산 언어모델과 달리 문장에 담긴 미묘한 의미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다. 에이닷X LLM의 매개변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석근 SKT AI테크 사업부장은 "(SKT는) 기업이 원할 경우 언어모델 매개변수를 빅테크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술과 인프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SKT는 앤트로픽, 오픈AI 등 실리콘밸리 주요 AI 기업과 협력해 국내외 기업에 다양한 맞춤형 언어모델(파인튜닝 LLM)을 제공하는 멀티 LLM 전략을 전개한다. 한국에 특화한 서비스는 에이닷X나 코난테크놀로지의 언어모델이, 글로벌 서비스는 앤트로픽과 오픈AI의 언어모델이 최적이라는 게 SKT 측 설명이다.
SKT는 기업이 구축형과 구독형(클라우드) 가운데 원하는 형태로 맞춤형 AI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기업이 원할 경우 SKT의 슈퍼컴퓨터(타이탄)와 AI 반도체팜 등 인프라를 활용해 모델 학습 대행 서비스도 제공한다.
유영상 대표는 "생성 AI로 촉발된 파괴적 혁신은 산업과 사회 모든 영역에서 이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SKT는 자강과 협력 기반의 AI 피라미드 전략으로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AI 컴퍼니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