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준의 함께꿈] 2024학년 수시 경쟁률로 본 지방대학의 현주소

2023-09-2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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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준 교수
[안상준 교수]


 
2024학년도 대학입시의 막이 올랐다. 지난 9월 11일부터 15일까지 수시 입학원서 접수가 종료되었다. 대학입시는 분명히 대한민국 국민에게 최대의 관심사이지만, 수년 전부터 지방 소재 대학에 근무하는 구성원에게 대학입시 결과는 눈썹이 타들어갈 만큼 긴박한 문제로 부상했다. 학생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대학이 망할 지경이고 그에 따라 지방소멸의 가속화가 한층 우려되기 시작되었다는 말이다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와 지방 학생의 서울 집중 현상이라는 이중적인 요인으로 지방 소재 대학은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고 있는 와중에 올해 입시는 좀더 새롭게 다가온다.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현 정부는 멋진 구호와 함께 지방대학의 관리 권한을 지자체에 이관하고, 미증유의 재정지원 정책으로 지방대학을 살리겠다고 공언했다. 물론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한 RISE체계(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도 글로컬대학30 선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정책의 효과가 입시에 바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기는 성급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시각각으로 캠퍼스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기에 정책의 비전과 효과가 수험생에게 전달되고 영향을 미칠지 궁금했고, 입시에 반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입시 결과를 지켜보면서 일말의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서울권 대학의 평균 경쟁률이 17.79:1인 반면, 지방권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5.49:1로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수험생 1명이 6장의 원서를 쓰기에 6:1의 경쟁률에 미달하면 사실상 미충원의 수렁에 빠질 게 뻔하다. 그런 계산 아래 이미 지방대의 미충원은 기정사실이 되어간다. 지방 내에서도 격차가 존재하기에 그나마 전통적인 유명세를 보유한 대학을 제외하면 많은 대학이 미충원에 시달릴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느 대학이 어느 정도의 정원을 채우지 못할지 수시 원서접수 결과는 대략의 윤곽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번 입시에서 글로컬대학30에 예비 선정된 대학의 수시 경쟁률이 매우 중요했다. 정부의 정책 대안이 앞으로 지방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관점에서 설립유형에 따라 국립대와 사립대로 분리하여 경쟁률 분석과 해석을 진행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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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는 국립대학 가운데 의과대학을 설치한 대형 국립대 9곳과 대체로 중소도시에 소재하고 의과대학이 없으며 규모가 작은 중소형 국립대 11곳의 2024학년도 수시 경쟁률을 집계했다. 올해 경쟁률의 추이를 살피기 위해 2022학년도와 2023학년도 지표를 병기했다.
그에 따르면 상기 20개 국립대 가운데 전년도보다 경쟁률이 오른 대학은 3개에 불과하다. 국립한밭대는 3년째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로서 지방대의 특이한 사례로 보이며, 충남대와 국립한국교통대는 전년도에 상대적으로 큰 하락을 겪고 난 후 눈에 띄게 반등하는 점이 이례적이다. 세 대학의 상승은 개별적인 현상일 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미약해 보인다.
세 대학의 상승에 반해서 나머지 국립대의 경쟁률은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대부분의 대학이 3년째 조금씩 하강하는 추세가 단연 눈에 띈다. 부산대는 2022학년도 국립대 전체에서 경쟁률 선두를 유지하다가 작년에 소폭 하락에 이어 올해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충북대, 국립안동대, 국립금오공대 등 다수의 대학이 해마다 뚝뚝 떨어져 이제는 4:1에도 미치지 못해 미충원이 확실한 상황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국립대 가운데 다수의 대학이 실질적인 미달에 해당하는 6:1을 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대형 국립대 가운데는 경상국립대와 제주대, 중소형 국립대 가운데는 국립공주대, 국립부경대, 국립한밭대를 제외하곤 모두 이에 해당된다. 이미 중소형 국립대 가운데 여러 대학(국립목포대, 국립군산대, 국립순천대, 국립강릉원주대, 국립안동대 등)이 2021년부터 미충원을 탈피하지 못하는 터에, 경쟁률이 더 하락함으로써 미충원의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상당히 우려스럽다.
사실 이번 수시 전형을 시작하면서 글로컬대학 30에 예비 선정된 대학의 경쟁률 추이에 관심이 쏠렸다.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원이 지방대의 생존에 결정적으로 작용하기에 과연 이 점이 수험생의 대학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비 선정 명단에 오른 국립대(*로 표시함) 가운데 경쟁률이 오른 대학은 단 두 곳, 즉 경상국립대와 국립한국교통대뿐이다. 경상국립대의 상승은 아주 미미하고 국립한국교통대가 약간의 도약을 보이지만, 예비 선정 대학의 프리미엄이라고 보기에는 어색하다. 따라서 지방대학에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지원한다고 해도 수험생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해 미충원의 규모가 커지면 엄청난 부조화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재정지원 이후에 학생의 선택이 달라질 여지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지방대학의 생존과 발전을 위하여 재정지원을 넘어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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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는 글로컬대학 30 예비 선정 대학과 필자가 임의로 선별한 권역의 주요 대학들의 2024학년 수시 경쟁률을 보여준다. 앞서 국립대에서 살펴봤듯이, 글로컬대학 30에 예비 선정된 사립대의 수시 경쟁률은 선정 가능성과 별개로 대체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6개 대학 중 4곳이 하락했고 2곳이 상승한 가운데, 한림대의 상승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고 순천향대의 상승이 눈에 띄지만 작년의 급강하를 만회하는 반등의 의미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동대를 제외하고 예비 선정된 대학에는 의과대학이 있어 한층 강화된 의과대학 진학 열풍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한편, 수도권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세 대학(한림대, 순천향대, 연세대 미래캠)이 6:1이 넘어 안정권을 보이지만 수도권에서 상당히 떨어진 세 대학(울산대, 인제대, 한동대)는 4:1도 넘지 못하는 약세여서 실질적인 미충원이 예상된다. 이 현상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글로컬대학30이 재정지원을 넘어 근본적인 변화를 주지 못하는 한, 지방대의 학생 충원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견된다.
지방 사립대학의 2024학년도 수시 접수 결과는 전체적으로 약보합세로 판정할 수 있다. 작년보다 학령인구 감소폭이 커지고 수험생 수가 최초로 40만명 이하로 떨어지는 해라는 암울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면 수시 경쟁률 하락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 물론 각 권역에서 대표격인 사립대학임에도 영남대가 6.09:1을 기록하여 가까스로 미충원의 우려를 벗어날 뿐, 나머지 대학은 모두 미충원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동서대처럼 하락폭이 매우 큰 대학은 지방 사립대의 미래를 예고하는 것 같아 대단히 위험해 보인다.
국립대와 사립대를 막론하고 지방대 전체를 통틀어서 공과계열 학과 전반과 특히 첨단기술 분야 학과가 경쟁률 하락을 견인하는 현상은 매우 우려스러운 요소다. 예를 들어 경북 지역의 국립안동대와 국립금오공대를 살펴보자. 국립금오공대는 표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2022학년도에 6:1에 가까운 경쟁률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4:1에도 미치지 못함으로써 구미 국가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입지를 고려할 때 자존심을 구겼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국가산업단지의 규모와 영향력이 계속 줄고 있는 최근의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또한 국립안동대의 경우 공과대학 14개 학과 중 6:1을 넘는 학과가 단 하나도 없고, 3:1에도 이르지 못해 대규모 미충원이 예상되는 학과는 무려 9개에 달한다. 이런 경향은 국립목포대나 국립순천대 같은 중소형 국립대학에서도 대동소이하게 나타난다.
나아가 기술혁신과 융복합을 반영하여 학과 명칭을 새로이 짓거나 바꾼 경우, 거의 예외 없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첨단’, ‘융복합’, ‘AI’가 명칭에 들어간 학과들은 2:1을 넘기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현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첫째, 지방의 제조업 기반 약화와 특히 중소도시 학생의 탈지역 흐름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구미의 사례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지방 산업단지가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고 지역민의 삶에 기여하는 정도가 약해지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가능하면 수도권으로 이동하여 내일을 준비하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둘째, 지방대학에 오는 학생의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기초적인 수학 능력을 갖춰야 공학적인 이론과 실제를 습득할 수 있지만 많은 학생들은 이를 상당히 버거워한다. 게다가 첨단과 융복합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이와 연관된 학과명을 멀리하는 현상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지방대 소멸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지방대 스스로 이를 극복하고자 몸부림치기도 한다. 국립군산대, 국립목포대, 국립안동대, 국립순천대 등 중소형 국립대학은 최근 몇 년 새 나름의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모두 4:1의 경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수시 결과를 받아들었다. 자체적인 변신으로는 한참 부족하다는 얘기다. 사립대학 역시 이 점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대로 간다면 모두 지방대라는 이름으로 휩쓸려 내려갈 운명이다.
문제 해결의 요체는 학령인구 감소다. 그에 따라 대학의 규모도 줄여야 하는 건 당연하다. 무엇보다 효율적인 감축이 중요하다. 대학 간 적극적 통폐합과 캠퍼스 특성화를 통한 전향적 변신은 분명히 앞서 언급한 학내 구조조정이나 외형적 변모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상북도의 두 국립대 안동대와 금오공대를 살펴보자. 인문학을 모태로 성장한 안동대의 공과대학을 금오공대로 넘겨 공학 특성화 캠퍼스를 구미에 조성하고 안동대 캠퍼스를 인문학, 생명과학 및 지역사회에 필수적인 학과들로 특성화하는 한편, 도청 신도시에 평생교육을 중심으로 새로운 캠퍼스를 조성하면 경북 유일의 대학이자 신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로컬대학30을 계기로 두 대학을 통합할 절호의 기회가 있었으나 서로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해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결과에 따라서는 양측이 두고두고 후회할 수도 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유사하리라 본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없으면 지방대학은 모두 소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지만, 국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조용하다. 대학과 지자체에 권한과 재정을 이관하는 것으로 제 할 일 다 했다는 식이다. 대학의 변신과 대학 간 통합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나아가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는 보다 적극적으로 국가균형발전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실현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제가 국가균형발전이고, 대학이 국가균형발전의 거점이라는 사실을 되새기길 바란다. 

 

필자 이력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독일 보쿰 루르대학(Ruhr Univ. Bochum)에서 서양중세사로 박사학위 취득 △(전) 한국중세사학회 회장 △컬럼비아대 해리먼 연구소 방문교수 △교수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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