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하나은행에 따르면 원·엔 재정 환율은 오전 중 100엔당 894.1원(매매 기준율)까지 떨어지면서 지난달 1일 기록한 895.1원을 뚫고 연저점을 기록했다.
이는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45~150엔대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자 원·엔 환율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BOJ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따라 엔화 약세 흐름은 상당시간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통화당국은 엔화의 지나친 약세 흐름이 나타나지 않도록 구두개입을 하고 있다. 실제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BOJ)는 지난 9일 일본 언론사와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도 가능하다"고 발언했으나, 엔저 흐름을 뒤집지는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엔화 환율의 방향성은 되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변화가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때 달러는 간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약세를 보였고, 글로벌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원화 강세가 나타나자 엔화 상대로도 원화가 강세를 보인 것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BOJ의 통화정책에 따른 엔화 약세폭이 최근 1~2주간 대폭 확대된 것은 아니지만, 약세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BOJ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따라 엔화 환율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때 최근 1주 새 달러 대비 원화 영향으로 엔화대비 원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엔화 약세 흐름이 더욱 강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BOJ가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발언을 내놓고 환율의 미세 조정을 하고 있는 만큼 (엔화가) 더욱 밑으로 빠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800원대 후반에서 900원대 사이를 계속 오가다가 연말에는 900원대 초반에 머무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