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조용하고 답답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게 해줄 도서관이 있다. 바로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라이브러리 티티섬'이다. 티티섬은 '용자'라고 불리는 이용자들로 늘 붐빈다.
도서관답게 곳곳엔 책이 즐비하지만, 라운지에서는 보드게임을 하고 여러 재료와 공구를 활용해 다양한 작업을 하기도 한다. 아늑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빈백도 있고 음악을 작곡해서 녹음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안녕하세요. 도서문화재단 '씨앗'에서 일하고 있는 문기원입니다. 라이브러리 티티섬(이하 '티티섬')에서는 '포포'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어요.
-책 '라이브러리 티티섬이 문을 열기까지'가 출간됐는데 어떤 책인가.
지난 5월에 나온 책이고요. 말 그대로 티티섬을 기획할 때부터 문을 열기까지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어떤 고민을 했고 어려웠던 점은 뭐였는지, 중요하게 생각한 건 무엇이었는지를 최대한 솔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라이브러리 티티섬은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티티섬은 청소년 중심의 공공도서관이에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에 있고 2021년 8월 31일에 문을 열었어요. 도서문화재단 '씨앗'이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기획하고 운영을 준비하기까지 과정이 처음이라 고민이 많았어요. 티티섬에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도 저희처럼 어려움을 느끼고 계신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비슷한 공간을 준비하고 있거나 운영하고 계신 분들에게 티티섬의 이야기를 잘 나누고 싶었어요.
청소년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 도서관에서 나름의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용자들이나 티티섬을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이 기록을 통해 티티섬을 더 잘 이해하게 되기를 기대하며 책을 썼습니다.
-책 내용 중 '이렇게 적었습니다' 부분과 재생지를 표지로 사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의도하신 건가.
네, '이렇게 적었습니다(영상 참고)'가 조금 긴 편인데요. 책을 읽는 사람들이 불편함없이 이 내용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티티섬의 문화이기도 한 부분들을 책의 형태에도 잘 녹여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표지는 재생지를, 내지로는 코팅하지 않은 종이를 썼는데 아무래도 인쇄하는 것 자체가 종이를 많이 쓰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덜 낭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번에 처음 책을 만들었다 보니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다음에 출판할 때는 더 많은 부분을 보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도서관은 그곳에 간 이유가 뭐든 간에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 같아요. 모든 걸 다 설명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공간에서 받는 힘이 있어요. 누구나 원할 때 찾아가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이 도서관의 핵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책도 사람마다 그 책을 찾는 이유나 읽는 시기, 활용하는 방법은 모두 다르니까요.
티티섬은 도서관이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열린, 가볍게 들를 수 있는 일상 속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도서관은 누구나 편하게 머무는 곳, 폭넓게 탐색·시도·표현하거나 관계를 맺으면서 경험을 확장할 수도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죠. 이용자를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공공의 공간이자, 본인의 의지에 따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청소년 중심 공공도서관으로써 티티섬은 이곳에서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대했고 공간을 구성하고 운영해 나가는 방식도 다채롭게 실험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전용 공간이 특이하다. 전용 공간을 만드신 이유가 있나.
재단은 이전까지 도서관에서 배제돼 온 청소년들을 다시 도서관으로 불러보자는 마음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도서관 안에 12~16세 전용 공간을 만드는 스페이스 티(spcae T)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인 상상을 시작하게 되면서 티티섬을 만들게 됐죠. 특히 티티섬이 초등학교 1개, 중학교 3개, 고등학교 5개가 모여 있는 동네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12~16세만이 아니라 17~19세까지 고려하기 시작했고요.
티티섬의 절반은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 공간, 나머지 절반은 12~19세의 전용 공간인데요. 전용 공간은 12~16세/17~19세/12~19세가 이용하는 공간으로 구분돼 있어요. 12~19세가 티티섬에서 조금 더 자기다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전용 공간을 만들었어요. 이전까지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또래와 있는 공간을 더 편하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용자들도 전용 공간에서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진 뒤에는 티티섬 전체를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요.
-티티섬을 만드는 과정에서 또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
위치나 전용 공간을 만든다는 콘셉트처럼 큰 틀은 잡을 수 있었지만, 저희의 생각이나 추측만으로 청소년 중심공공도서관을 상상하기는 어려웠어요. 그래서 티티섬을 기획할 때부터 청소년들을 만나 워크숍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욕구를 파악했죠.
특히 그 내용을 잘 해석해서 공간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예를 들어 "쉬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처음에는 워낙 다들 바쁜 일상을 보내니 '휴식이 필요한가보다' 하고 단편적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여러 전문가와 함께 공간을 구현해 가는 과정에서 사람마다 어떤 행위를 '쉰다'고 느끼는지가 다르다는 대화를 나누게 됐죠. 누군가는 누워서 음악을 들으며 쉬고, 또 누군가는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쉬는 것처럼 말이죠.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서 티티섬의 운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쉬고 싶다"는 말은 "내가 하려는 것을 내가 결정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또 기획 단계에서 만난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언가에 관심이 있더라도 그것을 특정해서 표현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듯이 티티섬에 오는 용자들의 욕구에 따라 티티섬도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푹신한 소파와 침대를 두고 아늑한 느낌의 공간들을 만드는 것 만큼이나 여러 경험을 선택하고 시도해 볼 수 있는 물리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정확한 인원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티티섬에는 꽤 많은 청소년이 오고 있어요. 회원으로 가입한 용자들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의 80%가 20세 미만이죠.
티티섬에 청소년이 오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티티섬이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냥 심심해서,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아니면 책이나 장비를 빌리기 위해서 오더라도 만약 이곳에서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기 어렵다면 다시 그 공간을 찾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런 면에서는 (운)영자와 (이)용자 간에도, 용자들끼리도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조금씩 티티섬이 알려지게 되고 이곳에 오는 청소년들이 꾸준히 생기는 것 같아요.
-매니저님은 티티섬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기를 바라시나.
티티섬이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시간이 흘러도 계속 잘 지켜갈 수 있기를 바라고요. 티티섬에 오는 사람들이나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의미 있는 공간으로 티티섬이 지속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