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무당층 투표 심리로 내년 4월 총선을 전망해 보면

2023-09-1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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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중단 촉구하는 민주당 의원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15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23915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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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중단 촉구하는 민주당 의원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15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 4월 10일 실시되는 국회의원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총선 결과에 대한 관심이 크다.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이겨  국회 권력을 뺏어 올 수 있을지를 주시한다. 윤석열 정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번에도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이겨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해 줄 수 있을지를 주시한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이후 국회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벽에 걸려서였다. 국민의힘이 대통령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국회 권력은  더불어민주당에 뺏긴 상황이다. 진정한 정권 교체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수를 차지하거나 최소한 제1당이 돼 국회 권력을 쥐어야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이기면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국민의 재신임을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배하면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게 된다. 곧바로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더욱 기세등등해질 것이다.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이 진정한 정권 교체를 이루느냐, 아니면 레임덕에 빠지냐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니 벌써부터 총선에 관심이 클 만도 하다. 

 

총선 결과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다만 선거를 좌우할 중요 요인을 토대로 현재의 여야 상황을 살펴보면 선거 결과를 가늠할 수는 있다. 선거를 좌우할 중요 요인의 하나로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유권자들의 ‘정당 충성도’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중 유권자들의 충성도가 더 높은  정당이 어디냐 하는 문제다. 특정 정당에 충성도가 높은 유권자는 그 정당에 ‘묻지 마’ 투표를 하게 된다. 그 정당에서 무슨 문젯거리가 발생하든, 그 정당의 후보가 어떤 인물이든 관계 없이 그 정당을 지지한다. 민주당 지지자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국민의힘 지지자는 ‘윤석열 역술인 논란’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정당 충성도는 과거 선거에서도 영향을 미쳤지만 이번에는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정치적 양극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정당 충성도'는 비슷
 

그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충성도는 어떤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여론조사기관의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한국갤럽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3%, 더불어민주당 32%, 정의당 5%로 나타났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29%였다. 다른 여론조사기관 조사에서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3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무당층이 3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정당 충성도만으로는 승패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결집도에서 차이가 날 수는 있다.  결집도가 더 강한 정당이 선거에 유리할 것임은 물론이다. 결집도에 영향을 미칠 요인은 여럿이겠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흡인력이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흡인력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다. 두 사람 중 누가 더 흡인력이 클까?

 

충성파들을 결집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충성파가 아닌 무당파의 움직임이다. 이들이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는 결정적으로 달라진다. 역대 선거에서도 무당파의 표심이 선거 결과를 좌우했다. 이번에는 무당파가 어떤 선택을 할까? 그들의  투표 심리를 결정하는 요인에 현재의 여야 상황을 비추어 보면 가늠할 수 있다.  

 

무당층은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선거 때마다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다. ‘묻지 마’ 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계산해서’ 투표를 하기 때문이다. 그 계산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전망적’ 방식과 ‘회고적’  방식이다. 전망적 방식이란 특정 정당의 공약과 정책을 꼼꼼히 살펴  어느 당이 국정을 주도하는 게 더 좋을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회고적 방식이란 지금까지 어느 당이  더 잘했거나 못했는지를 따져 잘못한 쪽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전망적 투표가 미래의 가능성을 중시한다면 회고적 투표는 과거의 성과를 중시하는 셈이다.


무당층, 전망적 투표와 회고적 투표
 

전망적 투표는 당별 주요 정책과 후보의 자질 등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할 수 있다. 그래서 전망적 투표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정치 현장의 흐름에 밝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회고적 투표는 별다른 정치 지식과 정보 없이도 가능하다. 누가 더 잘했거나 못했는지만을 따지면 돼 단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일반 대중 사이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 폐기, 4대강 보 보존, 사드(SAAD, 고고도미사일) 배치 정상화, 한미 동맹 복원과 한일 관계 정상화, 대화보다는 힘에 의한 평화 같은 사안은 회고적 투표보다는 전망적 투표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이다. 이 정책들은 과거 문재인 정부가 폈던 정책을 뒤집는 것들이다. 현 정부·여당은 자기들 정책이 옳다고 주장하고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여당 정책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무당층이나 중도파 유권자들은 현 정부·여당 주장과 더불어민주당 주장 중 어느 쪽이 더 자기 입장에 맞고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지를 판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투표할 것이다. 이들이 판단하는 근거는 양측이 서로 주장하고 반박하는 내용들이다. 정부·여당과 민주당 중 누가 더 정책의 타당성을 잘 설명해 무당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냐가 관건이다.

 

누가 더 잘했거나 못했는지를 평가하는 회고적 투표에서는 표심을 가르는 중요 요소로 흔히 경제적 성과가 꼽힌다. 경제가 좋으면 현 정부에 유리하고, 나쁘면 불리하다고 한다. 미국 선거에서도 ‘바보야, 중요한 건 경제야!’가 핵심 정치 구호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경제 상황이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임은 물론이다. 특히 경제 상황이 나쁠 때는 그 영향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평소 수준이라면 경제 상황이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나아가 경제 상황이 투표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유권자들의 의사 결정 심리를 너무 단순화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경제적 성과를 따진다는 말은 유권자들이 객관적 자료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꼭 그렇게만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미국 정치학계 연구 결과도 많다. 오히려 ‘감정적’ 또는 ‘정서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더 크다고 한다. 이성적으로 따져서 평가하기보다 마음이 가는 대로 평가한다는 말이다. 


정책 타당성과 정서적 호소력이 관건

마음을 움직이는 데 영향을 미칠 만한 사안들은 무엇일까?  이재명 대표의 경우 검찰 수사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대표 수사를 잘했다고 평가할 것인가 잘못했다고 평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 대표 수사를 민주당은 ‘정적 제거’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도적 제거’라고 주장한다. 정적과 도적 중 어느 쪽이 무당파 유권자들의 느낌이나 감정에 더 들어맞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정적 제거라고 느낀다면 이 대표 수사를 잘못한 일이라고 평가할 것이고, 도적 제거라고 느낀다면  잘한 일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이 대표의 단식도 무당파 유권자들의 마음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이 대표 단식을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긍정적으로  느낄 수도 있고, ‘뜬금없다’고 부정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전자라면  이 대표가 단식하길 잘했다고 평가하고 후자라면  잘못했다고 평가하게 된다. 이 대표가 단식에 나서면서 내세운 명분 같은 객관적 사실보다 단식 그 자체를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윤 대통령의 경우 틈날 때마다 ‘자유’ 를 강조하는 것이  유권자들 마음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다. 자유의 강조를 개인이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고 긍정적으로 느끼면 좋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경쟁 만능주의나 성과 지상주의를 강요하는 주장이라고 부정적으로 느끼면 좋지 않게 평가할 것이다. 

 

윤 대통령의 언어 표현도 유권자들 마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면 ‘카르텔’ 같은 말이다. 윤 대통령은 비리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그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자기들끼리 똘똥 뭉치는 행태를 카르텔이라고 한다. 유권자들은 이 말을 논리적이고 사태의 핵심을 짚은 말이라고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카르텔’이 뭔가 하고 생소하게 느낄 수도 있다. 전자냐 후자냐에 따라 윤 대통령이 ‘카르텔을  척결해야 한다’고 한 것을 잘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고 잘못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앞으로 여야는 서로 무당파를 잡으려고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무당파를 잡으려면  전망적 투표나 회고적 투표를 하는 그들의 투표 심리를 파고들어야 한다. 정책 측면에서는 누가 더 그 당위성을 국민에게 잘 설명해 동의를 얻을지, 말과 행동에서는 누가 더 국민의 느낌이나 감정을 자극해 마음을 움직일지가 핵심이다. 내년 총선 결과는 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원주 한라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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