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간 상승을 지속하던 서울 아파트 가격의 오름세가 최근 주춤하면서 '불안한 상승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값이 전고점에 속속 도달하자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과 2~3년 뒤 닥칠 공급난으로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매수하려는 예비 집주인들의 복잡한 심리가 맞물린 결과다. 특히 서울 집값의 반등장을 이끌었던 ‘강남3구’를 중심으로 매물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시장 전반에 상승거래 비중도 낮아지면서 매수와 매도인 간 ‘눈치싸움’을 벌이는 관망장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아파트 실거래가 제공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3110건으로 집계돼 지난달 28일(6만9167건)과 비교해 불과 보름 만에 5.7% 증가했다. 강남권에서 집값 반등이 시작되던 초기인 지난 3월 말 서울 아파트 매물이 6만752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반년 만에 20.3%가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매물 적체는 강남 3구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다. 이날 기준 서초구의 매도가능 물량이 5355건, 강남구는 6414건, 송파 5761건으로 강남 3구 매물만 1만7530건에 달한다. 전체 매물 4건 중 1건(약 24%)에 달할 정도다.
매도 물량이 쌓이면서 최근 하락 거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던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달 19억1000만원에 거래돼 5월 거래가인 19억9000만원에 비해 소폭 하락했고,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도 지난 8월에 25억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2일엔 23억9500만원에 거래돼 한달 만에 1억원 이상 떨어졌다. 서초구에서는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가 지난 6월 36억원에 거래됐지만 8월 34억6000만원에 거래돼 2개월 만에 1억4000만원 하락했고, 현재 호가도 33억~35억원선으로 하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업계는 추석이 지나고 가을 이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0월 이후를 내년 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판단하고 있다. 매년 9월 말~11월 말은 전통적인 부동산 성수기로 분양 물량이 집중되고, 새 집으로 갈아타려는 이사 수요가 몰리는 등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쏠려 시장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는 "상승장 또는 하락장의 방향성이 아직 명확하지 않고 매수자와 매도인 간 눈치싸움만 치열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 집값이 반등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고물가,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 대외적인 환경이 좋지 않아 추격 매수가 활발하진 않다"면서 "9월 거래량이 터지고, 상승 혹은 하락 등 일정한 방향으로 거래가 쏠린다면 그 분위기가 향후 1~2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