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첨단 로봇의 시대 ..일자리에 대한 인식의 전환

[김재영 교수]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에 언제 꺼낼지 몰랐던 긴팔 옷을 찾아 입을 정도로 아침과 저녁 날씨가 차게 느껴진다. 높아진 하늘과 변화된 기온차에 갑자기 지난달 국제표준화 회의 참석차 다녀온 중국 충칭시(重慶市)의 기억이 떠올랐다. 8월의 충칭은 아침에 눈을 뜨면 32도에서 시작하여 평균 36~37도, 밤이 되어도 32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밖에 나다니기가 힘들었던 기억에 한국이 가을에 접어드는 지금 그곳 날씨도 바뀌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충칭시는 2015년부터 스마트시티 건설에 앞장섰던 도시로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항저우(杭州)만큼 전 중국의 관심이 쏠려 있는 곳 중 하나다. 도시 내에 산이 많은 특징이 있는 충칭은 도로를 확장하기 쉽지 않아 출퇴근 시간 심각한 교통 체증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도시 내 철도와 장강(長江)을 이용한 해상교통까지 활용하고 있지만 교통 체증을 완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스마트시티 개발계획이다.

 
현재 중국은 스마트시티를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으며 인구 증가, 교통 체증, 도시 오염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임을 증명하기 위해 충칭시에 막대한 자금을 들여 하이테크 산업개발구역을 만들었다. 충칭국제공항에서 차로 40분 정도 이동하면 위중구(渝中區) 지역에 격자 형태로 계획하여 만든 스마트시티가 펼쳐져 있었다. 중국이 이번 국제표준화 회의 장소로 충칭을 선택한 이유 역시 2022년 스마트 차이나 엑스포에서 선보였던 지능형 교통 관리에 대한 새로운 표준 제안이 주된 이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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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네트워크로 도시 전체를 관리’하는 스마트시티를 만들기 위해 도로에는 약 50m마다 카메라와 네트워크가 설치되어 있다. 이와 함께 무인자동차 기술 발달을 통해 스마트시티 내 모든 버스와 도로교통을 관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이테크 산업개발구역 내에는 중국 공과대학과 기업의 자동차연구소가 모여 무인자동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네트워크를 통한 사물인터넷, 실시간 감지 등에 대한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무인자동차 개발은 이동수단뿐 아니라 시범적으로 무인청소로봇, 무인판매상점 로봇 등도 함께 개발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낮 기온이 사람 체온과 같은데 누가 일하지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그 자리를 로봇이 대신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에서도 낯설지 않게 곳곳에 설치된 키오스크와 배달로봇 등을 보면 조만간 우리 일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다.
 
사실 중국은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2월까지 등대공장을 132곳 선정하였는데 50개 등대공장이 중국에 위치해 있다. 등대공장은 어두운 밤바다에 등대가 빛을 비춰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첨단 기술을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대표적 공장을 뜻한다. 참고적으로 우리나라에 있는 등대공장은 포스코(2019년 선정), LS일렉트릭(2021년 선정), LG스마트파크(2022년 선정) 등 총 3곳에 불과하며 올해 1월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LG전자 테네시 공장이 미국 현지에 있는 생활가전 공장 중 최초로 선정되었다.
 
로봇과 인공지능 발달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그 자리를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처럼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부품 공급부터 조립은 물론 시험·포장 등 전 라인에 걸쳐 100%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이처럼 자동화·무인화 공장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에 대한 기업의 대비와 일맥상통한다.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줄어들면서 산업계 전반에 구인난이 심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는 인력을 대거 투입해 대량생산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인식되어 기업 간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생산성 향상과 인력 효율화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로봇기술 발달이 가속화하면서 센서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머신러닝 등 융합을 통해 보다 스마트해진 공장 운영 환경으로 변화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계속 더울 것 같던 여름의 무더위가 갑작스레 가을 날씨로 바뀐 것처럼 세상이 변했다.
 
국내 두 번째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LS일렉트릭 청주공장은 최고경영자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2011년부터 약 200억원 이상을 집중적으로 투자하였다. 초기만 하더라도 어떻게 기계만 믿느냐고 하던 우려가 한순간에 불식되었다. 결과적으로 지금 청주공장은 기존 생산라인을 통해 다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으며 라인당 10분의 1로 투입 인원을 줄이면서 전체 공장에 근로자가 1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새로운 결함 발생 시 인공지능을 통해 결함 확인이 빨라졌으며 사람이 검사할 때보다 결함에 대한 교육시간 감소와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지면서 검사시간은 물론 불량률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일자리 감소에 대한 반발을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단지 일터에서 우리가 해 오던 일이 사라지는 시대가 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된 지금 우리 주변의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예전만큼 만들어지는 것이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껏 많은 연구자들이 일자리가 사라지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제시하거나 아무도 일할 필요가 없는 유토피아적 미래를 제시하는 데 그쳤다면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에서 느낀 인간의 미래 모습은 과학기술에 의해 우리 삶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찾은 느낌이다. 인구절벽으로 인해 청년세대가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느끼지만 우리가 걱정하는 일자리는 더 이상 우리 청년들의 자리가 아니다.
 
싱그러운 바람과 함께 높은 하늘이 우리의 계절이 소리 소문 없이 가을로 변화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기존의 것을 고수하기보다는 자연의 순리대로 변화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그게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이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무더위가 언제 그랬냐는 듯 바뀐 것처럼 우리 주변의 변화 역시 자연스럽게 진행 중이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