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인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양국 기업 간 경제협력 양해각서(MOU)와 계약 16건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루훗 빈사르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을 비롯해 양국 경제 단체와 주요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등 관련 인사 40여 명이 참석했다.
印尼와 원전 등 미래 산업 분야 협력 구체화
원전 분야에서는 2039년 1GW 신규 소형모듈원전 도입을 골자로 한 '원전산업 기반조성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향후 소형모듈원전 등을 포함한 원전 정보 교류, 인력 양성 협력 등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전기이륜차, 주차 통합솔루션 등 MOU 2건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이 인도네시아 내 전기이륜차 생산기지를 구축하기 위한 제조기술과 부품 등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에 핵심 광물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기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관련 업계와 국내 배터리 산업 간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공동 기술과 핵심 광물 재자원화 밸류체인을 개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 △자원 재활용 분야 화이트 바이오(생분해 소재) 1건 △전력‧청정에너지 분야 친환경 설비 전환, 그린 암모니아, 탄소포집저장(CCS), 전력기기 등 5건 △산업 분야 뿌리산업, 건설기계, 패션유통 등 3건 △보건‧정책 분야 의료시설 위탁계약, 아세안 정책연구 등 2건의 MOU를 체결했다.
소비 잠재력 큰 필리핀···車 수출 날개
아울러 정부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한·필리핀 FTA'에도 정식 서명했다. 한·필리핀 FTA는 2021년 10월 기본 골격에 대한 원칙적인 타결 선언 이후 세부 규정에 대한 협상을 거쳐 지난해 6월 최종 타결이 이뤄졌다. 최근까지 법제화 작업과 경제적 영향 평가 등을 진행한 끝에 이날 정식 서명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번 서명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 59개국과 FTA 22건을 체결하게 됐다. 필리핀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아세안 자유무역지대 등 다자간 FTA 체약국으로 양자 FTA는 2008년 발효된 필리핀·일본 경제동반자협정(EPA) 이후 우리나라가 두 번째다. 이번에 필리핀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아세안 국가 중 5개국과 FTA를 맺게 됐다.
필리핀은 인구 1억1000만명으로 아세안 국가 중 2위에 해당하며 소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70%에 이르는 등 내수 잠재력이 큰 나라다. 특히 10대 전략 핵심 광물인 니켈, 코발트 등 매장량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어서 협력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번 FTA 체결을 통해 우리는 필리핀에 대해 전체 품목 중 94.8%, 필리핀은 우리나라에 대해 96.5%에 이르는 관세 철폐 등 높은 수준의 개방을 달성했다.
FTA 체결에 따른 수혜 품목으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등이 꼽힌다. 필리핀은 아세안 국가 중 자동차 수입 1위 국가다. 지난해 기준 필리핀 내 브랜드별 시장 점유율은 일본 82.5%, 미국 7.0%, 중국 6.4%, 한국 2.5% 순으로 일본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다. 필리핀이 일본과 체결한 EPA를 통해 관세율이 낮아진 결과다.
한·필리핀 FTA 체결로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던 5% 관세는 즉시 철폐된다. 자동차부품도 향후 5년 내에 점진적으로 관세가 없어진다.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등 친환경차 역시 5% 관세가 5년 내에 철폐되면서 현지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또 가공식품(5~10%), 인삼(5%), 고추(5%), 배(7%), 고등어(5%) 등도 향후 15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돼 한류 영향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우리 농·수산물에 대한 필리핀 수출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부는 우리 측 민감 품목인 농수산물과 임산물은 대부분 이미 체결된 한·아세안 FTA와 RCEP 등 범위 내에서 개방 수준을 유지해 큰 타격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필리핀 관심 품목인 바나나(30%)는 5년 내 관세 철폐로 개방하되 수입이 급증하지 않도록 농산물 세이프가드 조치 조항을 달았다고 덧붙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양국 국민과 기업들이 혜택을 조속히 누릴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 발효를 목표로 국회 비준 동의 등 절차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