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상승세로 돌아서며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좁혀지자 갭투자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갭투자는 초기자본이 5000만~1억원 미만으로 소액이면서 개발호재와 일자리 증가, 정주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수도권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단지 효과가 집중된 경기 화성에서는 무자본 갭투자 사례도 속속 등장하는 분위기다.
7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전국에서 갭투자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경기 화성시로 전체 매매 1603건 가운데 2.8%인 45건이 갭투자였다. 이어 평택시(44건), 수원 영통구(38건), 청남 천안 서북구(36건), 경남 김해(36건), 인천 연수(34건) 순으로 갭투자가 많이 발생했다. 아실은 매매거래가 발생한 뒤 3개월 내에 전세계약이 이뤄지면 갭투자 사례로 분류한다.
화성시 우정읍 '미성102' 전용 71㎡은 지난 6월 9500만원에 매매거래가 체결됐지만 지난달 1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돼 무자본 갭투자가 가능했다. 화성시 청계동 '동탄역시범예미지' 전용 84㎡은 지난 7월 8억7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진 뒤 같은 달 8억26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4400만원만 갖고 동탄신도시 초역세권 아파트를 매매한 셈이다.
평택도 비슷한 상황이다. 평택시 청북읍 '부영' 전용 59㎡은 지난 7월 1억5000만원에 매매거래 된 뒤 8월에는 1억43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돼 갭투자 금액이 700만원에 불과했다. 평택시 세교동 '부영' 전용 59㎡ 역시 지난 6월 1억65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된 뒤 8월 1억3000만원에 전세가 거래돼 '매매가-전세가' 차이가 3500만원이었다. 평택시 고덕면 '고덕하늘채' 전용 59㎡의 경우 지난 7월 3억2700만원에 매매된 뒤 8월 2억8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돼 갭차이가 4700만원이었다.
삼성 반도체 본사가 있는 수원 영통에서는 1억원 미만 갭투자가 주를 이뤘다. 수원시 망포동 '늘푸른벽산' 전용 84㎡는 지난 6월 3억1000만원에 매매됐는데 7월 2억55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져 갭차이가 5500만원에 불과했다. 수원시 영통동 '벽적골두산' 전용 84㎡은 지난 6월 4억5000만원 매매거래된 뒤 7월 3억3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돼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7500만원이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가 여전하고 역전세 리스크도 상존하는 만큼 무리한 갭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갭투자는 부동산 시장이 우상향한다는 전제 아래서 풍부한 전세 수요도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2024년까지는 고금리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수도권에 쏠린 GTX 교통 및 반도체 산단 효과도 가시화되려면 시간이 상당 부분 소요되는 만큼 무분별한 투자는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