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4일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있는 민중미술가 임옥상씨의 조형물을 계획대로 철거키로 했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기억의 터’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기억하기 위한 추모의 공간"이라며 "이 의미 있는 공간에 성추행 선고를 받은 임옥상씨의 작품을 그대로 남겨두는 것은 생존해 계신 위안부뿐 아니라 시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철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면서 "기억의 터 설립추진위원회는 편향적인 여론몰이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시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5%가 임씨의 작품을 철거해야 한다고 답했고, 위원회가 주장하고 있는 ‘조형물에 표기된 작가 이름만 삭제하자’는 의견은 23.8%에 불과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그는 "작가 이름만 가리는 것은 오히려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기억의 터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간의 의미를 변질시킨 임씨의 조형물만 철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작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국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대체 작품을 재설치할 방침이다.
앞서 시는 임씨가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자 시립 시설 내에 설치된 임씨 작품 5점을 전부 철거하기로 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작품을 유지·보존하는 것이 공공미술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철거 대상에는 남산 일본군 위안부 추모공원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씨의 작품인 '대지의 눈', '세상의 배꼽'이 포함된다.
한편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추진위는 지난달 31일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옥상 화백의 작품을 서울시가 철거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안부 후원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이날 기억의 터에서 임씨 조형물 철거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의연은 "시가 임옥상의 작품을 철거한다는 이유로 기억의 터 조형물을 일방적으로 철거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성추행 가해자의 작품을 철거한다는 명분으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해당 조형물은 제작 과정에 참여한 수많은 추진위원과 여성 작가들 및 모금에 참여한 1만9054명의 시민이 만들어낸 집단 창작물"이라고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