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잠잠했던 은행채 발행량이 최근 대출 수요 확대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우량 채권인 은행채 발행량이 늘면 자칫 하위 채권 수요를 모두 빨아들여 자금시장 내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여기에 은행채 발행량 증대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오름세를 지속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당장 발행량이 우려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관측이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시장 혼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3조77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레고랜드 사태로 연말 자금시장 경색과 함께 채권 발행이 급감하기 직전인 9월(7조4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올해 은행채 발행량은 지난 5월(9595억원)을 제외하면 지난 7월(4조6711억원)까지 줄곧 순상환 기조를 이어왔다.
은행채 발행량 급증은 자칫 자금시장 내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은행채는 공사채와 함께 우량 채권으로 꼽히기 때문에 은행채 발행량이 급증하면 신용도 하위등급의 채권 수요를 모두 빨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 레고랜드 사태를 돌아보더라도 사태 직후 은행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발행량을 확대했고, 자금 수요가 은행으로 쏠리면서 회사채 채권시장은 급격히 냉각된 바 있다.
또 은행채 발행량 증대는 주담대 금리 오름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주담대 금리는 은행채 금리를 지표 금리로 삼고 있으며, 발행량 확대 시 은행들은 경쟁사보다 더욱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즉, 은행채 금리 상승과 함께 시장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실제 지난 7월 은행 주담대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4.28%를 기록해 3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당장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단, 이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시중은행에선 은행채를 늘리고 있지만, 국책은행에선 줄이고 있어 당장 시장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은행들은 연간 (채권) 발행 한도를 측정해 당국에 보고하는데, 올해는 연간 한도보다 여유가 있어 하반기 발행량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