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연맹(KBL)은 30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KCC전주 이지스 농구단 연고지 이전 변경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1년 5월 대전 현대 걸리버스를 인수한 뒤 연고지를 전주로 옮긴 KCC 이지스 농구단은 22년 만에 ‘전주시대’를 마감하게 됐다.
KCC가 연고지 이전을 결정한 것은 전주시가 체육관 건립 약속을 7년째 지키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2015~2016시즌이 끝난 뒤 수원으로의 연고지 이전을 적극 추진했으나, 당시 전주시가 2023년 12월 체육관 신축 등을 약속하면서 전주 잔류를 선택했다.
하지만 최근 전주시가 전북대와의 사업 등을 이유로 2년 뒤에 전주실내체육관 대신 군산 체육관을 이용해 달라고 KCC 농구단 측에 요청하면서 연고지 이전설이 재점화됐다.
결국 KCC는 이 같은 전주시의 약속 미이행을 이유로 연고지 이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KBL도 이날 연고지 이전변경을 승인하면서 “KCC가 최근 전주시가 체육관 건립 약속을 7년째 지키지 않았다며, 홀대와 신뢰 문제 등을 들어 연고지 이전 검토를 밝혀왔다”고 밝혀 이러한 배경에 힘을 실어줬다.
최형길 KCC 단장도 “지금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죄송하다는 얘기뿐”이라면서 “(전주시와) 원만히 수습하려고 인내하고 자제했지만, 더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KCC의 연고지 이전이 확정되자, 전주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특히 전주시는 “언론을 통해 이전설을 흘리고 KBL 이사회에 연고지 이전 안건을 상정한 보름 동안 KCC는 23년 연고지인 전주시와 팬들에게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었다”며 “23년간 전주시와 시민, 팬과 동고동락한 시간은 눈앞의 이익만을 찾아 졸속으로 이전을 추진한 KCC의 안중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KCC농구단은 스스로 신의와 성실의 원칙을 저버렸다고 날을 세웠다.
KCC의 연고지 이전이 알려지면서 농구팬과 도민들 반응도 둘로 나뉘고 있다.
한 농구팬은 KCC농구단 홈페이지 팬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결국 전주시와 KCC 모두, 전주 팬들에 대한 생각은 아예 없었던 거 같다”고 비난했고, 또 다른 팬은 “다가오는 시즌이라도 전주 KCC로 남아주기를 바랐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전주시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전주시민은 “전주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사람으로, 누구 못지 않게 진심으로 KCC를 응원하며 선수들의 플레이에 울고 웃어 왔다”며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전주시와 누군가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안일함이 이런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지난 2001년 전주 이전 후 2차례의 우승을 거머쥐면서 농구팬과 전북도민의 사랑을 받아온 KCC 이지스 농구단의 연고지 이전은 이를 결정한 KCC 농구단이나, 체육관 신축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전주시 모두에게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