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주거를 위한 것이지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 2016년 중국 지도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주창한 표어이다.
이후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 과열 단속에 나설 때마다 이 표어를 꺼내들었고, 그 때마다 부동산 시장은 냉각기를 갖곤 했다.
하지만 그 표어가 다시 등장했다. 그것도 중국 부동산업계가 일촉즉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말이다.
중국 국무원 산하 관영 경제일보는 23일 "'집은 주거를 위한 것이지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의 지위는 변하지 않을 것" 제하의 사설을 게재했다.
사설은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여년간의 발전을 거쳐오면서 상품방(매매 가능한 부동산의 총칭)은 전체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에 고별을 고하게 됐다"며 "일부 도시에서는 심지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많은 도시들은 매도 중심 시장에서 매수 중심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집은 주거를 위한 것이지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의 지위는 여전히 고수해야 하고, 낡은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이는 중국 부동산 시장은 분명한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요 1선 도시들에서는 공급 부족 현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부동산 가격 투기가 다시 시작되면 (중국은) 부동산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옛길을 또다시 가야 할 수 있다"며 "이는 경제·사회 발전에 불리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집은 주거를 위한 것이지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발전을 촉진하는 제1원칙으로 바뀌어서도 안되고 바뀌지도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최근 발표된 일련의 부동산 시장 안정 정책들은 시장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적으로 부동산 업종은 총량이 차츰 감소하면서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궤도에 점차적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해 예전과 달리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은 지난 21일 발표된 대출우대금리(LPR)에서도 잘 드러났다. 인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기준 금리로 작용하는 5년물 LPR을 종전과 같은 4.20%로 동결했다. 0.15%포인트 인하가 시장의 지배적인 관측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깜짝' 동결이었다.
헝다, 완다에 이어 비구이위안까지 주요 부동산업체들이 연이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좀처럼 중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구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내지 않은 것이다.
사설은 "부동산 업종은 과거 상승기에는 '고 레버리지, 고채무, 고 회전'을 특징으로 하는 '3고' 모델로 인해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장됐다"면서도 "이는 많은 문제가 존재하면서, 지금은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개별 부동산 기업들이 현재 경영난에 부닥쳤고, 특히 일부 선두 부동산 기업들의 채무 리스크가 드러나고 있다"며 "조정 단계에 있는 부동산 업종은 과거의 존재했던 문제들을 수정하면서 부동산의 건강하고 새로운 발전 모델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짚었다.
특히 "연체 문제가 발생한 기업들은 마땅히 주체적으로 자구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며 "일부 기업들에서 나타난 디폴트 문제를 위해 부동산 예약 판매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 등의 문제는 유관 부서들이 엄격하게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사설은 "''집은 주거를 위한 것이지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의 입지를 고수하는 동시에 중국은 다계층 주택 공급 체계 구축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